상륙 후 세력 급속히 약화…속도 붙으며 머문 시간도 짧아져
"재난대응 시민의식 제고·정부 적극 대응도 효과" 평가도

한반도 빠져나간 '솔릭'… '시마론'은 북진 중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됐던 태풍 '솔릭'이 24일 오전 11시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솔릭'은 2012년 '산바' 이후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으로 강풍과 호우로 큰 피해를 낳을 것으로 우려됐다. 강풍과 비로 일부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예상했던 것 같은 큰 피해는 없었다.

'솔릭'은 당초 2010년 8월 발생한 '곤파스'와 유사한 경로로 한반도에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6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재산피해도 1천760억원에 이르렀다.

'솔릭'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실종 1명, 부상 2명으로 집계돼 2000년대 들어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루사'와 '매미', '나리', '곤파스', '볼라벤', '차바', '산바' 중 가장 인명 피해가 적었다.

7명이 숨지거나 다친 올해 6월말∼7월초 폭우 때보다도 피해가 작았다.

지난해까지 역대 태풍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은 1936년 발생한 3693호 태풍이다. 당시 8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1천23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사라'(1959년 849명), '베티'(1972년 550명), '셀마'(1987년 345명)도 많은 인명피해를 낸 태풍으로 기록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2년 '루사'가 8월30일부터 9월1일 사이 246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루사'는 5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가져와 역대 태풍 중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내기도 했다.

'솔릭'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오전 11시 현재 2천700여㏊ 규모로, 올해 6월말∼7월초 폭우 때 8천여㏊가 침수됐던 것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남 완도 지역 양식장이 피해를 보는 등 간밤 상황에 대한 피해 집계가 끝나지 않아 재산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태풍 '솔릭'에 대부분 학교 휴업·휴교

'매미'(2003년 4조2천225억원), '올가'(1999년 1조490억원)가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재산피해를 낸 태풍으로 기록됐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8월'볼라벤'과 '덴빈'이 연속으로 발생하며 6천365억원의 피해를 냈고 같은해 9월에도 '산바'가 3천657억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이번에 태풍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는 '솔릭'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내륙을 지나면서 급격히 약화했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를 천천히 관통하며 오랜 시간 피해를 줄 것이란 예측과 달리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주며 빠르게 빠져나간 점도 크게 작용했다.

23일까지도 강한 중형급 태풍이던 '솔릭'은 내륙 지방을 지나며 약한 소형으로 약해졌다. 기상청은 태풍이 바다에서 육지로 들어오면서 마찰력에 의해 약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위도가 올라가면서 구조가 흐트러져 와해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예보와는 달리 태풍 경로가 계속 바뀌면서 많은 지역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을 벗어난 점, 한반도에 근접할 당시 시속 4∼8km의 '거북이' 수준 속도로 이동하다가 상륙 후 통과 속도도 빨라진 점도 피해를 줄인 요인 중 하나다.

이날 오전 6시께 대전 동남동 30㎞ 부근에 있던 '솔릭'은 불과 3시간 만이 오전 9시께 강원 강릉 남서쪽 40㎞ 부근까지 이동했다.

3시간 동안 이동 속도는 시속 52㎞에 달했다. 이는 '솔릭'이 제주 서쪽 바다에 있을 때 이동 속도인 시속 4㎞보다 10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솔릭은 초기에는 기상청 관계자들이 '들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할 정도로 초속 6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했지만, 다행히 높은 건물과 구조물, 공사현장이 많은 도시 지역을 지날 때는 풍속이 약해진 것도 피해가 작았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지나간 24일 오전 전남 순천시 낙안면 신기리의 배 과수원에서 한 농민이 강풍에 떨어진 배를 줍고 있다.

정부 대응도 예전보다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에서는 '이번에는 왜 이렇게 호들갑스러우냐'라는 지적도 나올 정도로 초기 단계부터 대응을 서둘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태풍이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전인 21일부터 '비상 1단계' 대응에 나선 데 이어 태풍이 내륙으로 접근하는 중 '비상 2단계'를 발령했다. 또 위기경보도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높여 총력 대응에 나섰다.

대국민 홍보에도 주력했다. 21일부터 24일까지 40여 차례 각종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태풍의 이동 경로를 설명하고 국민행동요령을 반복해 안내했고 주의를 당부하는 재난안전문자도 이동 경로에 따라 수차례 발송해 위험을 알렸다.

지방자치단체장들 역시 민선 7기 임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 맞는 태풍이었던 만큼 긴장 속에 적극적으로 대응에 임했다.

무리하게 일정을 고집하기보다는 학교들이 신속하게 휴업을 결정하고 직장에서도 연차를 허용하는 등 예전보다 자연 재난을 대하는 시민 의식과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덕진 행정안전부 안전소통담당관은 "6년 만에 오는 태풍이라 경험도 부족하고 심각성을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총력 대응에 나섰다"면서 "재난대응에는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태풍은 일단 동해로 빠져나갔지만 아직 '시마론'도 남아있는 만큼 태풍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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