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인 시인 / 뉴스티앤티
강해인 시인 / 뉴스티앤티

지난 5월 원로 코미디언 손철씨의 작업장 해랑달에서 펼쳐진 시낭송대회에서 은상을 받고 취미로 시작했던 시낭송이 이제 또 하나의 내 삶의 주제로 삼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별한 스승도 없이 혼자 준비하면서 또한 경험 차 참가했던 대회였는데 성적이 좋아 내가 시낭송에 적합한 사람이란 착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시낭송가 소리를 듣기 위해선 인정서를 받아야 하기에 또 다른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혼자서 버거워하는 나를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찾아 나섰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찾아간 곳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넓은 벌판과 동쪽 끝으로 흐르는 옛이야기가 얽혀 있는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백이 황소가 헤설피 울음을 울며 지나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첫 느낌부터 친정 어머미의 품속 같은 아늑함을 주었다. 그 옛날 읍내에 살고 계셨던 외할머니의 집과 지금은 허물어지고 없는 시골 친정집을 닮은 그 집. 기역자 모양의 마당 깊은 집은 한지로 창을 가리고 삐거덕거리는 마루와 뒷 창을 열면 보이는 막 싹을 돋우는 구절초들. 신발을 벗고 들어선 방 안에서 곰팡이 냄새와 흡사한 시골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부엌과 거실을 연결하는 작은 통로 사이로 정갈한 씽크대와 커튼으로 반만 가린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참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이었다.

통로 위로 다락방에서 맛난 것을 내어 주시던 외할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했다. 선생님은 지난 해 막 따낸 구절초 차를 나에게 따라주셨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담소를 나누시면서 내 맘을 편안하게 해주시었다.

 

이제 매주 찾아뵈어야 할 선생님의 그 마당 깊은 집은 나에게 커다란 행운을 안겨줄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감돈다.

그러나 하다보면 실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항상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항우도 낙상할 적이 있고 소진도 망발할 적이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오나라의 조불흥은 손권 앞에서 병풍에다 그림을 그릴 때 병풍 위에 먹물이 묻은 붓을 떨어뜨렸는데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곳에 파리를 한 마리 그려 완성된 병풍을 바치니 손권은 살아 있는 파리가 앉아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손으로 쫓았다하지 않았는가? 실수를 이용하여 기회로 삼은 조불홍의 지혜를 가슴에 새겨야 겠다.

 

시낭송을 위한 선생님과의 만남. 그리고 옥천 길.

멀리서 바라본 농촌의 들판과 평화롭고 향토적인 분위기가 어울리는 곳, 시골집 방 안에 누워 계셨던 아버지가 생각나는 곳. 나는 이곳에서 선생님과 오롯이 앉아 정담을 나누며 내 꿈을 펼쳐 나가리라.

 

돌아오는 길, 구절초가 소담하게 피는 가을엔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며 시상을 떠올려 보자는 선생님의 웃으시는 모습이 크로즈업 되어 다가왔다. 희망을 조심스레 안겨 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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