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8월 15일은 일본이 항복했던 날이다. 일본 제국주의 하에서 고통받았던 동북아와 동남아 국가들이 전승기념일로 정해서 함께 행사를 치르면 어떨까 싶다.

73년이 흘렀건만 광복절엔 기쁨보다도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비참한 압박과 고통이 떠오른다. 기실 일본 패망의 날에 우리가 함께 기뻐하고 축제를 펼쳐도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광복절은 연례적 요식행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정권에 따라 행사 규모도 달라지고 행사 장소마저 점점 변해갔다. 대통령의 광복절 대국민 메시지도 이전과 달리 크게 취급되는 것 같지도 않다. 올 해의 광복절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까지 열렸던 어수선한 현실이다.

 

한반도 유일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의 탄생일은 광복절과 함께 한다. 대한민국의 탄생이 벌써 70년이 되었다. 올 해도 73주년 광복절과 70년 정부수립을 기리는 행사가 펼쳐졌다.

이런 뜻 깊은 날이라 광복절엔 대통령도 중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보낸다. 주로 대통령의 업적 자평과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를 다듬어 선 보인다. 일면 일본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와 과거사가 거론되기도 한다. 과거를 잊지말자는 식의 다짐도 앵무새처럼 늘 강조한다.

 

외국의 경우 정부 최초 수립일은 큰 경삿날로 취급된다.

이런 경삿날이 우리의 경우, 광복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역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 탓인지, 아직도 일각에선 대한민국 수립에 대한 즉 건국절을 거론하길 꺼려한다. 스스로 국가의 정체성을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이한 기류가 상존하는 것 같다.

국가도 탄생일이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국절이란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출범 한 날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행사보단, 그냥 광복절에 묻혀서 국가의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꼴이다.

 

북한은 9월 9일이 건국절이다. 온 주민이 동원되어 자축행사를 치른다. 말이 건국절이지 김씨 일가의 권력 쟁취일을 자축하는 행사다. 북한의 정체성은 김씨 일가의 권력세습과 대를 이어 온 충성에서 기인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8월 15일에 광복과 건국이 이뤄졌지만,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놓고 아직도 역사논쟁이 한창이다. 반세기 넘어서도 이 지경이니 국가의 정체성이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지난 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북한 판문각에서 열렸다. 늘 그랬듯이 회담 초부터 신경전이 여전했다. 회담을 공개하자는 북측의 제안에 우리 측 반응이 참 어리숙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자신은 수줍음이 많아서 기자들 앞에서 말주변이 부족하다면서, 북측 대표 리선권 보다 말주변이 많이 못하다고 실토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회담에서 상대보다 못 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고백하다니, 이런 정신상태로 무슨 회담을 하겠다는 것인지. 참 한심스럽고 여간 실망이 아니다.

 

북한 대표 리선권은 의기양양해서 공개 회담은 “이상하게 글들이 나가는 게 있어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성격과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다"며 "당국자들 생각이 달라져야 된다“고 빈정거렸다.

이건 조언이 아니라 경고성 협박이나 다름없다. 미국 눈치보지 말고 우리끼리 손잡고 서둘러보자는 것이다. 툭하면 한미 간의 틈새를 벌리려는 북한이다. 무슨 숨 넘어 갈 일이 있다고 벌써 또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인지 참 성급하다.

 

9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엔 합의했다지만,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처지다. 먼저 제안한 북한이지만, 여차하면 남북정상회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북한은 늘 그래왔다.

일각에선 북한 건국절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대할 작정이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우리 건국절도 제대로 못 챙기고 게다가 국군의 날 행사도 대폭 축소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지경에 이게 가능한 일일까. 북한이 우리 정부와 대한민국을 얼마나 업신여기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북회담에선 왜 항상 미적거리고 강단있게 의견을 못 내는지 참 답답하다. 이러니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문 대통령은 핑크빛 청사진을 쏟아냈다. 금강산 사업, 개성공단 사업, 경수로 사업,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이를 통해 얻어질 경제적 효과만 부각시켰다. 이전 정권이 내세운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며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미해결 사안은 차치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이런 청사진은 무의미하다.

 

북한은 아쉬울 때만 우리를 찾고 있다. 미국 눈치보지 말고 과감하게 당국자들이 나서라는 북한의 지적은 한미 이간질에 불과하다.

당분간은 정부도 청사진만 내세우지 말고, 북미간의 비핵화 과정을 침착하게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그 이후에 하나하나씩 결정해도 늦지 않다. 국내경제가 어렵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위기의 시점이다. 우리 경제부터 안정시켜야 마땅하다.

‘진정한 광복’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 마다 접하는 광복절이지만, 올 해는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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