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방문객 출입 자유로워... 병원 관계자도 근무복 착용 외출
환자 "통제하는 사람 없어", 병원 "강제권한 없어 어려워"

지난 2015년 5월 20일 대한민국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1만6,000여 명이 격리됐으며, 186명이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38명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과 중국의 메르스 발생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 메르스의 주 감염 통로는 병원"이라고 밝혔다. 병원 환자·방문객 관리가 소홀한 우리나라 특성상,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는 국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실례로 메르스 환자가 집중 발생한 경기도 평택 성모병원의 특정 병동에서는 에어컨 5대 가운데 3대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관리본부가 특정 기간 성모병원 내원자 대상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 직후 관련 전문가들은 병원 환자·방문객 관리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이에 일부 대형 병원은 전자 출입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지역 병원 또한 면회 문화 개선과 방문객 통제 등에 나섰다.

메르스 사태 발발 3년이 지났다. 뉴스티앤티는 7월 한 달간 대전 소재 병원 6곳을 방문·취재해 환자 관리 실태를 알아봤다. 

메르스 관련 안내문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관련 안내문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최근 대전서 메르스 의심 환자 발생

대전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은 3일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인 A 씨가 1·2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31일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후 서천군 보건소,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을 거쳐 충남대학교병원 음압 병실에 격리돼 왔다. 1·2차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옴에 따라, 격리치료 조치는 즉시 해제됐다.

'제2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려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역민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병원 내 환자·직원·방문객 등 접촉 의심자 70여 명에 대한 검사와 감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취재 결과, 대전 지역 병원의 환자 관리 실태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티앤티
대전 소재 병원 환자들이 환자복을 입은 채 거리를 거닐고 있다.  / 뉴스티앤티

대전 소재 병원, 환자 관리 실태 여전히 '부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한 후 의료계에서는 다양한 분야 개선이 진행됐다. 특히 환자복 착용 외출 제한, 면회시간 축소, 단체 방문객 제한 등 병원 문화 개선이 두드러졌다. 방문객용 손 소독제도 병원 곳곳에 비치됐다. 병원의 환자·방문객 관리도 더욱 강화됐다. 

취재 결과, 대전 소재 병원의 환자 관리는 여전히 부실했다. 대전 소재 병원 6곳 환자들은 사실상 외출을 제한받지 않았다. 환자복 착용 상태로 병원 인근 카페·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환자복 착용 상태에서의 흡연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면회시간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모든 병원이 면회시간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관련 규정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의사·간호사·병원 관계자의 근무복 착용 외출도 빈번했다. B 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병원 내부 조항은 (근무복 착용 외출을) 금하고 있다. 행동강령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받고 있다"면서도 "징계가 내려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개인의 양심에 달려 있다"고 고백했다.

 

취재 시, 병원 관계자의 근무복 착용 외출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출입문에 관련 규정이 명시돼 있음에도 이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 뉴스티앤티

환자 "통제하는 사람 없어", 병원 "강제권한 없어 어려워"

B 병원 환자는 "환자복 착용 외출 시 병원의 제제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입원 시 (환자복 착용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얘기는 듣는다. 그러나 병원에서 통제하지는 않는다"며 "거의 모든 환자가 병원 내·외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고 답했다.

동일 질문에 C 병원 환자는 "같은 병실 내 흡연 환자가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병원 관계자에게 제재를 요청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면서 "면회객도 마찬가지다. 면회시간은 있지만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역 병원 관계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B 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환자 행동을 제제할 권한이 없다. 법적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느냐"며 "교육·강의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환자 스스로 외출을 삼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C 병원 관계자는 인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법적 강제권한이 생겨도 인력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24시간 몇몇 환자만 지켜볼 수는 없다"면서 "늦은 시간 면회를 막으려 하지만 보호자와 면회객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렵다. 면회를 제지해도 막무가내인 환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생아실, 중환자실 등 많은 주의가 요하는 곳 만큼은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 정도가 최우선"이라며 "정부·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 병원 자체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