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청와대 비서진과 문재인 대통령이 양복 상의를 벗고 함께 산책 할 때는 권력의 봄날이었다. 손에 쥔 커피는 탁월한 소품이었다. 엊그제 수석회의에선 왠일인지 모두가 양복 상의마저 젊잖게 차려입고 경직된 모습이다. 날이 뜨거운 복날인지라 청와대 에어컨의 막강한 위력이 새삼 다가왔다. 차라리 간편복 차림으로 일 하는 모습이 나왔다면, 복날에 땀 흘리며 허덕거리는 민초의 맘도 조금은 편했을 터이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청와대가 어정쩡한 논리로 전력 걱정하지 말라며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했다. 여기저기 국민의 쌈지 돈이 거하게 풀려나갈 태세다.

노회찬의 자살은 충격이다. 그렇다고 드루킹 특검은 수사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처지다. 노 의원의 자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선택을 연상시킨다. 죄과를 다 안고 가겠다는 비장함은 그렇다쳐도, 굳이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살신성인의 현상으로 취급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사실이라면 목숨을 내놓겠다!” 이완구 전 총리가 국회 답변과정에서 쏟아낸 일갈이다. 하루 아침에 총리직에서 물러나 긴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목숨까지 내 걸고 진실투쟁에 뛰어든 이 전 총리는 배짱도 두둑하고 강단있는 정치인이다. 허나, 이미 망가진 명예와 심적 고통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죽은 자의 언급이 전부 진실은 아니다. 스스로 택한 죽음 앞에서도 원한과 증오가 판을 친다. 요즘도 툭하면 목숨걸고...운운하는 정치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들 중 대다수가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목숨은 다들 멀쩡하니 참 신기하다.

“삼겹살 판을 갈아치우듯, 우리 정치판도 확 갈아치워야 한다”. 2004년 KBS 공개토론장에서 노 의원이 쏟아낸 일갈이다. 필자와 노 의원은 공중파 방송에 처음으로 등장한 셈이다. 그의 능변을 들으면서도 어찌 저런 험한 표현을 할까 싶을 정도로 판단했던 필자는 영락없는 백면서생이었다. 이후 노 의원의 유머와 촌철살인은 빛을 발했다. 법정에서 다투면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텐 데, 스스로 포기한 선택이 참 안타깝다.

정미홍 전 아나운서도 세상을 달리했다.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던 적극적 활동이 때론 도가 지나칠 정도로 보였다. 무너진 보수진영의 방패막이를 자처했지만, 여기저기 제동이 걸리면서 법정다툼도 불사했던 탓에 건강이 더 쇠락했다고 한다. 건강이 부실함에도 어디서 그런 의지와 열정이 나올까 싶었는 데, 참 안타깝다.

각을 세워서 투쟁하는 분들의 열정과 의지가 복날을 더 뜨겁게 하고 있다. 승객들 밥도 제 때에 챙겨주지 못했던 아시아나 항공은 지금도 혼란스럽다. 대한항공의 불똥 탓도 있겠지만, 국내 항공사의 적폐(?)와 경영체제 구성원들의 몰염치와 비인간적 행태를 언론은 연일 다루고 있다. 정치권과 시장에서 적폐 낙인이 찍히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기 어려운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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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협치를 언급했다. 대통령이 되고나면 국회의 협조와 정당 간의 협치가 얼마나 절실한지 절감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도 연정을 요청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직전에서야 야당의 협조와 사태해결의 도움을 구했다. 오죽하면 당내에 친박세력을 구축하여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했겠는가. 그런 속 좁은 판단에 당내 계파갈등만 견고해졌고, 끝내는 반대세력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나는 추태가 연출된 것이다.

권력을 나누는 일인지라 여당은 속으론 싫겠지만 청와대가 나서는 현실인지라 어쩔 수 없이 찬성쪽으로 기운 것 같다. 야당은 머릿속의 계산이 복잡한 것인지 우선은 협치불가를 표명했다. 장관자리 서너 개 내준다고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연정이든 협치든 장관자리를 분할하면 현 정부와 책임까지 수용해야 한다. 야당이 문재인 정부에 참여하여 함께 책임져야 하는 어설픈 협치에 나설까.

자유한국당은 이제 다시 설 자리를 보다듬는 중이라 정신이 없다. 청와대의 시각으론 야당은 적폐세력의 집단이었다. 그런데도 장관자리 내주겠다고? 적폐세력에게 협치하자고? 게다가 날이 더운 탓인지,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간의 하극상과 진실게임도 참 불편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날이 더운 탓인지 가벼운 단상으로 살펴보기엔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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