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자유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 잡고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명예교수가 위원장 총대를 멨다. 처절하게 패를 갈라서 다투다가 결국은 노무현의 사람에게 자유한국당의 운명을 맡긴 꼴이다.

계파싸움에 스스로 함몰되어 우파 보수주의자들이 자신의 병을 외부 인사에게 그것도 노무현의 인사에게 메스를 넘겨줬다. 민주당도 민정계 김종인을 불러들여 손질했듯이, 계파와 무관한 사람을 고르다 보니 저쪽 사람을 불러들인 것이다. 계파 탓에 스스로 자정력을 상실했고, 사태수습에 나설 리더마저 전무하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서글픈 현 주소다.

김병준 위원장을 둘러싼 말들이 많지만, 비대위가 출범한 처지에 일일히 거론하고 싶지 않다. 혹자는 권력욕이 지나치게 강한 인사로, 게다가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으로 넘어 온 김 위워장의 처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첫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경찰이 골프 접대 건으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김영란 법을 어겼다는 것이 요체인 데, 왜 하필 지금의 시점에서 수사에 나섰는지도 의문이다. 불난 집에 불 끄러 온 사람을 끌어내려는 격이다.

자유한국당이 출범한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리모델링을 하는 것인지 완전히 다시 세우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지방선거에 졌다고 이런 식으로 뜯어 고치기에 급급하는 정당이라면 차라리 해체가 정답이다.

정당의 이념과 가치는 하루 아침에 변질되거나 급전환이 가능 한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자기성찰과 변화에 게을리 하지 않았던 선진국의 정당들은 역사가 깊다.

우리처럼 공천에 목을 메거나 정당 구성원들의 사익을 염두에 둔 계파조직과 줄서기로 정당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전엔 정당이 천년을 갈 것이라고 정당명 마저 새천년 운운했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야당이 바로서야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고 권력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는 미우나 고우나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먹고 살기가 버겁고 그만큼 현 경제상황이 어렵기에 내실있는 야당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에서 졌다고 마냥 패배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 기왕에 비대위가 정당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면, 당의 이념과 가치를 과감하게 손질해야 한다. 당의 정체성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시대정신까지 담아내면 좋겠지만, 당장은 한반도를 둘러 싼 국내외적인 기류를 반영해야 한다. 안보와 외교 등 대북정책 까지 폭 넓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경제분야는 더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큰 틀에서 이미 삐걱거리고 있다. 야당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미덕과 힘을 보여줘야 한다.

대북정책은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인정할 것은 수긍해야 한다. 비핵화로 가는 북미회담을 지켜보면서 여야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

최근에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주제넘는 훈시 등을 내세워 문재인 정부 비난에 다시 나선 북한이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를 해대는 북한이다. 언제든지 변화무쌍한 모습의 북한체제에 대한 성급한 접근에 따른 부작용을 눈 크게 뜨고 챙겨야 한다. 한미동맹은 흔들려선 안 된다. 북한 눈치보기와 같은 어설픈 접근은 평화정착에 도움이 안 된다. 일각에서 이러다가 우리도 사회주의화로 변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한반도 상황에 따라 신축적인 태도로 대북 대응에 나서주길 당부한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정부의 시장개입의 폭을 낮춰야 한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정부가 시장에 일일이 개입하면 규제가 심화되고 경제는 자연스럽게 움츠러들 뿐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그런 조짐이 점점 확산 될 기미와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국민을 향한 설득력과 지극히 현실적인 정책대결이 전개되어야 한다.

계파에 의해 망한 정당이 비대위 활동 과정에서 또 다른 계파가 구축될까봐 걱정된다. 비대위는 계파초월적 소신을 갖고 사사로운 인맥마저 접어두고 활동해야 한다.

이전의 계파 구성원들도 비대위 활동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과 대오각성이 함께 해야 한다. 비대위는 정상적인 정당활동이 아닌지라, 자칫하면 권력과 권한의 유혹에 빠질 수 가 있다.

비대위가 뭐든지 다 하겠다고 나서면 반발과 의혹이 발생 할 수 있다. 항상 상대에 대한 설득력과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념과 가치 그리고 정체성 등 당의 향후 진로는 그간의 갈등 속에서 거의 다 나왔다고 본다. 그런 연유에서 비대위 활동은 올해로 국한되었으면 한다. 정당의 정상화를 위해선 비대위 활동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이전의 새누리당에서도 보수혁신특별위가 활동했고,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2차례에 걸친 혁신위원회가 활동했다. 그 결과가 어떤가. 말만 번지르 하지 실속이 없었다. 국민이 보기에도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젠 보여주기 식 쇼를 하려들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작금에 이르러 비대위도 이전처럼 구태와 구습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 물러 날 곳도 없고, 이순신 장군 처럼 12척의 배도 없다. 앞만 보고, 국민만 보고 나가야 한다. 정당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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