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은 2006년 4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와 여성가족부 등 12개 부처가 공동으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지원」 대책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화 되었다. 특히 2006년에는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의 서비스 전달기구로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구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21개가 시·군·구에 처음으로 설치되었고, 2008년 3월 21일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이후 다문화 가족의 수가 증가하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2009년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의 총괄·조정을 위하여 국무총리실에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설치하였고, 2010년 5월 국무총리실과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다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0년부터 2012년 까지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 기본 방향이 마련되어 2011년 3월 기본계획이 심의⋅확정되어 추진되고 있다. 2013년 김행열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민정부이전까지는 기존의 국내문화에 다문화가 유입됨으로써 문화적 갈등을 초래 하였으며, 외국인은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주류문화에 동화되기만을 기대하는 수준이었다. 이후의 문민정부에서는 다문화와 관련된 외국인들을 한국 사회로 통합하고자 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먼 차별적 배제정책의 성격이 강했으며, 외국인에 대한 규제정책으로 전개된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외국인 관련 정책에서 전문인력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나 단순인력의 유입은 최소화한 상태로, 이들의 정착화를 방지하겠다는 폐쇄적 정책의 성격이 강한 성격을 보였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다문화주의’는 단문화주의와 용광로 이론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것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일한 정치체(Polity)에 조화롭게 참여하며 각각의 문화적 고유성을 보존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이념이다. 일반적으로는 ‘한 나라에 여러 집단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지향하거나 하나의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 간 관용과 평화적 공존을 수용하고 이를 증진하려는 이데올로기’로 정의된다. 즉, 다문화주의는 ‘다양한 민족 집단과 이들의 개별적인 언어와 습관들을 그대로 하나의 국가체제 속에 공존시키는 사상과 제도로서 정치적 ․ 사회적 ․ 문화적 ․ 언어적 불평등을 없애 국민사회의 통합을 유지하려는 이데올로기’이며, ‘각 하위집단의 공동체 및 자치 기구를 인정하고 이들의 내부 결속력 및 정체성을 존속하고 강화하는 각종 활동을 인정하는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다문화적 이데올로기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결혼이민자와 자녀를 포함한 인구가 총 인구의 0.6%에서 2050년에는 총 인구의 5%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다문화 가족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과거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남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라는 말은 '너희는 못났다'라는 낙인과 같다. 다문화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지 누가 누구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이주민들을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차별적 인식을 조금씩 고쳐준다면 다문화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을까. 한국의 다문화사회를 일구는 일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먼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녀의 인터뷰의 내용에서 우리는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즉, 외국인 혐오증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단어는 낯선 것, 이방인이라는 뜻의 ‘제노(xeno)’와 싫어한다, 기피한다는 뜻의 ‘포비아(phobia)'의 합성어이다. 상대방이 악의가 없어도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일단 경계하는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경기 침체 속에서 증가한 내국인의 실업률 증가 등 사회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게 전가시키거나 특히 외국인과 관련한 강력 범죄가 알려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특히, 이주노동자 혹은 결혼이민자들 중에서도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남아 출신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활용하여 다문화 가정의 적응을 돕고자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버리지 못하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우리가 다문화 가정을 기본적으로 우리와 다른 특별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단순히 온정적 차원에서 지원해 주려는 마음은 오히려 서로의 거리감을 줄이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과 서비스가 기획되는 경향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행동을 답습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유아 때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이 거의 없지만 청소년기로 접어들수록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자각하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 학업성적의 저하, 친구 관계 형성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부모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은 언어와 학교성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또래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서로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조기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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