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3일 9시50분.

대전반석초등학교 4학년9반 교실.

대전에서 재학생수가 제일 많은 큰 규모의 학교다.

‘인성과 효’에 대한 강의를 하기위해 필자를 소개한 다음 칠판에 강의 주제를 썼다.

 

학습 주제

 

‘우리는 자라서 부모님께 안갚음하는 어린이가 됩시다.’

쓰자마자 예서제서 난리가 났다.

“안갚음 글자 틀렸어요.”

“부모님께 ‘앙갚음하면 안돼요.”

수업의 흐름이 재미있는지 담임이신 천명진(여)교사도 뒤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맞다. ‘안갚음’이 아니라, ‘앙갚음’이란 글자가 표준말이라고 알고들 있을 것이며, 부모님께 ‘앙갚음’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재적학생 28명의 눈동자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얼굴마다에는 밝은 태양이 물려있었다. 모두들 그렇게 밝은 표정들이었고 서로가 발표하기 위해 손들을 추켜세우고 ‘저요저요’ 외쳐대다가 지명이 되지 않으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밝은 어린이들에게 바로잡아주는 설명을 할 필요를 느꼈다. 마침 오늘자 중도일보 인터넷판 ‘우리말 0 X'코너에 ’안갚음과, 앙갚을을 아시나요?‘ 기사가 나온 것을 멀티비젼을 통해 보여주었다.

 

한 번 보자. 안갚음에 대한 기사.

 


 

[우리말OX] 앙갚음과 안갚음… 헛갈리면 큰일나요~~

 

1, ‘안갚음’과 ‘앙갚음’을 아시나요? 둘 다 표준말입니다.

가) 안갚음: ①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행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②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는 뜻도 됩니다.

'반포지효(反哺之孝)'와 같은 말이지요.

예) 1) 안갚음은 못할지언정 제 부모를 내다버리다니!

2) 한낱 미물인 까마귀도 안갚음을 할 줄 알거늘 사람으로 나서 제 부모를 몰라 본대서야 그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오.

 

나) 앙갚음: ①복수(復讐), 보복(報復), 보원(報怨)등의 뜻과 같습니다.

②남이 저에게 해를 주었을 때 저도 그에게 해를 주는 행동을 말합니다.

예) 1) 남에게 못된 짓을 하면 언젠가는 앙갚음을 받게 된다.

2) 원시시대에는 법률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아 이러한 앙갚음이 널리 행하여 졌다.

-이상 중도일보 기사-

 


 

다음으로 부모님께 안갚음을 하기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가져야 된다’고 하면서 이솝우화인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토론을 시작했다.

1, 양치기 소년은 어떤 소년이라고 생각하나요?

“거짓말쟁이다. / 나쁜 애다./ 양심이 없다”

대부분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답들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많았지만 생략한다.

다음으로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2, 이런 거짓말쟁이인 양치기 소년도 칭찬해 줄 수 있나요?

역시 질문이 던져지자 손들을 번쩍 들며 자기가 발표하겠다고 아우성들이다. 두 손을 들고 ‘저요저요’를 외치는 남학생에게 발표해보라고 했다.

“아이디어가 좋은 소년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저요저요’가 또 쏟아져 나왔다.

“책임지고 양을 잘 돌보는 소년이다. / 참을성이 있는 소년이다. / 장난끼가 많은 소년이다./ 마을 사람들과 장난을 칠만큼 가까이 지내는 소년이다./ 외로움을 스스로 이겨내는 소년이다.”

표정들이 밝고, 자기가 지목되어 발표한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듯 발표하고 나서도 싱글벙글이었다.

물론 이 어린이들이 한 말이 모두 맞다. 아이디어도 좋고, 마을사람들과 거짓말 하며 지낼 정도로 사이가 가까운 것도 맞다. 하지만 우화속의 소년은 ‘창의성이 많은 소년인 것이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산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으면 어른들에게 거짓말이라도 시켜서 외로움을 달랬을까하는 창의적인 생각.

나는 4학년 9반 어린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앞으로 다가오는 2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인공지능 등 자동화기술의 발달로 가까운 미래에는 많은 일자리들이 없어질 것이고, 이미 한국의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에서 자동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이 무서울 정도로 변하는 모습은 스마트폰의 급격한 발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조그마한 휴대폰 하나를 가지고 인터넷뱅킹도하고, 게임도하고, 쇼핑도하고, 채팅도하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고, TV도 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인터넷도하고, 전화도 하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카드결제도하고, 메모도하고, 팩스도 보내고, 리모콘 역할도 하는 등, 못하는 게 없는 시대인데, 창의적인 생각이 없이 어떻게 인공지능을 가진 알파고를 이겨내고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이제 반석초등학교 4학년 9반 어린들은 자라서 부모님께 안갚음을 하는 어린이가 될 것이며 양치기 소년처럼 창의적인 어린이로 자랄 것을 기대해본다. 그들의 해맑은 모습이 기대를 갖게 했고, 수업 첫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40분 동안 함께 해준 천명진 선생님의 미소가 믿음을 갖게 했다.

대전 효지도사협회 강사들을 3일 동안 연속 초청해 수업을 맡겨주신 홍성남 교장 선생님의 배려가 고마웠고, 3층에 외따로 떨어진 4학년 9반 교실까지 필자를 안내해주신 박재명 교감 선생님과 우리들의 방문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 학교지킴이 선생님도 고마웠다.

반석초등학교 4학년 9반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 그들 모두의 친절 때문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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