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입액 절반 수준…첨단기술 제품에 소비재 포함 6천개 품목 망라
공청회 거쳐 이르면 9월 발효될 듯…美업계 "소비자 고통" 반발
中 "美 추가관세에 반드시 반격할 것…WTO에 추가 제소"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천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자 중국도 반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6천31개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추가 관세 부과는 최종 목록을 확정하기 위한 2개월의 검토 기간을 거쳐 9월에 발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 고위 관리는 내달 20∼23일로 예정된 공청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내달 31일 이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 부과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중국 정부가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 그에 대해 또다시 보복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11일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이 수위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관세부과 대상품목을 발표했다"면서 "이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는 엄정한 항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중국은 미국 행위에 경악한다"면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자유무역 규칙과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일방주의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즉시 추가 제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미국측에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행위는 전형적인 무역 패권주의며 중국은 반드시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일방주의와 다자주의, 보호주의와 자유무역주의, 강권과 규칙의 전쟁"이라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있으며 다자 무역 체계와 규칙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500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이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을 천명하자 그보다 4배 많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려 재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은 이달 6일부터 먼저 확정한 340억 달러의 각종 산업 부품·기계설비·차량·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중국도 즉각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번 발표로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확정한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총 2천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5천56억 달러였음을 고려하면 그 절반가량에 대해 관세를 올린 셈이다. 지난해 미중 총 무역액은 6천360억달러며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천304억달러였다.

미국은 2천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중국이 재보복에 나서면 사실상 전 수입품을 대상으로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이미 위협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보하는 2천억 달러어치가 있고, 그리고 3천억 달러어치가 있다"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대상이 5천억 달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품목은 앞서 발표한 500억달러 관세 부과 대상 목록처럼 중국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을 겨냥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소비재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석탄, 철강, 알루미늄, 화학, 첨단기술 제품에 더해 TV 부품, 냉장고, 기타 가전, 타이어, 고등어 등 식료품, 가구와 목재상품, 야구 글러브, 카펫, 문, 자전거, 스키, 화장지, 뷰티상품, 의류, 골프가방, 담배, 개·고양이 사료, 도난경보기 등이 망라됐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전선이 확대되면 양국 모두 피해가 극심하므로 협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발표했을 때 즉시 반격에 나선 것과 달리 이날은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 6일 미국의 발표와 동시에 반대 성명을 냈던 것과 달리 미국 측 발표가 나고 4시간여가 지난 뒤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한의 고통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최소한의 고통을 주겠다는 약속을 깼다"며 "지금은 미국 가계가 벌을 받는 대상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상공회의소도 "관세는 명백하게 세금이다. 추가로 200억 달러어치 (중국산) 물건에 세금이 붙게 되면 미국 가정, 농부들,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물품 가격이 인상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장젠핑(張建平) 중국 상무부 연구원 학술위원회 부주임은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2천억달러 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에 대해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행동이므로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명시한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은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일용품으로 결국에는 미국 소비자에 부담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WTO 회원국과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잘못된 미국 정책에 맞서 함께 투쟁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무역 불균형이라는 핑계로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무역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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