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 문학 박사 / 뉴스티앤티
장상현 문학 박사 / 뉴스티앤티

고사성어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곧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무섭다)라는 이야기다.

중국은 요(堯)임금. 순(舜)임금 시대로부터 하(夏)나라, 상(商)나라, 주(周)나라를 거쳐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중국역사상 가장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시대다. 인류의 스승인 공자는 춘추시대 말기에 살았고 혼란한 세상을 제후들의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위해 인정(仁政)을 강조하며 철환천하(轍環天下)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데 갑자기 한 여인의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다. 공자는 수레에 몸을 기댄 채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울음소리는 앞에 있는 묘지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공자는 놀라 정신이 드는 듯 몸을 일으키고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부인이 울고 있는 이유를 알아오게 하였다.

자로가 다가가서 묻기를 “부인께서 마치 슬픈 일을 거듭 당하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부인이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네, 말씀하신대로 이곳은 참으로 무서운 곳입니다. 몇 년 전에 저의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셨는데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답니다.“ 자로가 이 말을 듣고 물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왜 다른 곳으로 이사(移徙) 가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부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 이유는 그래도 이곳에 살고 있으면 마구 뜯어가는 세금(稅金)을 내지 않아도 되고, 못된 벼슬아치들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제자인 자로에게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 동행하던 제자(弟子)들에게 이렇게 일깨웠다

”너희들도 가슴에 잘 새겨두어라. 苛酷(가혹)한 정치(政治)는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욱 무섭다는 것을 말이다(苛政猛於虎)“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인류의 스승인 공자는 제자(자공)가 정치에 대하여 물었을 때 “먹을 것이 넉넉하고 병력과 무기가 넉넉하면 백성들이 믿을 것이다.(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라고 답변한다(논어 안연편) 주자(朱子)가 해석하기를 이것은 창고가 꽉 차고 무비(武備: 군사력의 준비)가 닦여진 뒤에 교화(敎化)가 행해져서 백성들이 나(위정자)를 믿어 이반(離叛 : 백성들이 흩어지고 배반함)하지 않는다 했다.

그렇다,

나라의 경제와 국방이 튼튼해야 백성들은 위정자를 믿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요즈음 흔히들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민의 주름을 더 하게하는 각종 과태료는 갑절로 올라 움직이는 것조차 무서울 지경이다. 또한 자영업자들의 영업실태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하소연 투성이다. 그런데 높으신 분들은 피같은 국민의 세금을 공약이다, 출장이다. 라는 명목으로 영수증도 필요 없는 눈 먼 돈이라 하며 국민을 속이면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모양이다. 이 돈이 다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돈 아니겠는가?

어릴 떄 어른들의 뼈있는 농담이 생각난다. ‘기름과 세금을 짜면 짤수록 나온다.“ 이 말이야 말로 힘없고 약한 자들에게 대한 힘과 권력 있는 자들의 무자비한 횡포를 풍자한 가슴 찡하는 슬픈 농담이 아니겠는가?

 

백성들이 굶주림과 추위를 이기지 못해 분노하는 시기가 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으니 큰 정책과 공약도 국민의 삶의 수준에 비례해서 조정되고 수정됨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리라.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주(註)

✱요.순임금 : 고대중국의 태평세대를 이룬 성군
✱철환천하 : 수레를 타고 돌아다님. 공자가 자기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다녔던 것에서 유래됨
✱호환 :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
✱주자 : 중국 남송(남송)의 유학자로 주자학을 집대성하였고, 사서(四書)를 集註함
✱교화 :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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