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언론인 (전 관훈클럽 총무) / 뉴스티앤티

보수우파들이 이번 대선처럼 큰 악재를 안고 치른 선거는 없다. 가장 큰 악재는 1960년 자유당 부정선거였는데 그때는 아예 자유당 정권이 망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경쟁세력이 망한 상태에서 7.29 총선거를 치렀다. 자유당 당선자는 단 1명이었다. 그 이후에는 보수우파가 이번처럼 치명적인 악재를 안고 치른 선거가 없었다.

1963년의 선거에서 박정희-윤보선 후보가 세게 붙었을 때는 5.16 군사쿠데타보다도 박정희 후보의 공산당 경력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됐다. 이른바 사상논쟁이다. 당시 5.16은 혁명이란 이름으로 많이 불려졌고, 실제로 5.16에 대한 일반의 평가가 그렇게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 장면 정부의 무능과 사회혼란이 크게 부각됐던 탓이다.

3김의 정권경쟁이 한창이던 1980년 서울의 봄은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찬탈 극으로 막을 내렸지만, 전두환 5공 정권을 탄생시킨 황제적 대통령제 헌법은 무장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한 비상계엄령의 공포 속에서 무난히 통과됐고, 그 헌법에 따라 전두환은 이른바 체육관선거로 일컬어지던 간선제 대통령에 무난히 당선되었다. 그 후에도 보수에게는 선거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인 악재는 없었다.

박근혜가 이런 최악의 악재를 만들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선거의 여왕이란 찬사를 들었고, 돌볼 가정도 없으니 전심전력 국정에 몰두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런 기대와는 딴판으로 그는 엉뚱한 데 몰두하느라고 국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끝내 탄핵-구속이라는 최악의 신세가 됐다.

역사상 이런 선거 악재는 없었다. 따라서 이런 악재를 딛고 보수우파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이변이란 말도 약하다. 혁명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여론조사 추이도 진보좌파 문재인의 벽을 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이가 앞으로 1주일 사이에 급변한다든가 뒤집어진다든가 하는 일은 상식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의 중도노선도 명백한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 그가 한때 문재인을 위협했던 것은 중도노선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도 주로 문재인 거부라는 반사이익이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선거전에서 잘 싸우지 못했다. 안철수 자신도 “싸움은 못합니다”고 실토했다. 대선전은 전쟁 못지않은 큰 싸움이다. 정치전쟁이다. 따라서 무력전쟁과 전법은 유사하다. 상대의 취약점을 최대한 타격해서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는 공격에서 실패했다. 토론에서도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고 선거유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캠프에서도 지원사격을 제대로 못했다. 결국, 공격력의 약화로 상대를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했다. 

홍준표가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를 위협하면서 1강 2중 구도를 만든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그의 자유한국당은 사실 박근혜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불리한 입장이고 그 역시 성완종 사건에 돼지흥분제 사건까지 덮쳐 후보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서도 이만큼 뜨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확실히 트럼프식 박력은 있다. 치고 받는 선거싸움에서 그의 기량은 돋보인다. 가차없이 상대를 공격하고 상대가 공격하면 가차없이 되받아친다. 같은 4선의원이라도 유승민과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무례와 험구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당장 진보좌파에게 정권을 내주고 궤멸(?)당할지도 모를 보수우파의 절박한 상황에서는 그의 말과 행동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의 아성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인한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난공불락이다. 안-홍의 2위 자리다툼은 문재인의 승리만 더 굳힐 뿐이다. 단일화될 가능성도 없다. 단일화된다고 꼭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이들은 불확실한 모험을 하기보다는 대선 후의 그림을 그리면서 각자 도생의 길을 걸을 것이다. 대통령선거는 후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정치세력과 정당의 존립과도 직결된 문제다. 따라서 이런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에는 지금 시간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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