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 문학 박사 / 뉴스티앤티
장상현 문학 박사 / 뉴스티앤티

마저작침(磨杵作針)이라는 고사가 있다. ‘절구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다.’는 뜻이 들어있는 교훈적인 말이다. 무슨 일이든지 분명한 목표를 정해놓고, 끈기 있게 노력하고 힘쓴다는 비유에 곧잘 인용되고 있다. 이 고사의 출전은 남송 방여승람 미주 마침계(南宋 方輿勝覽 眉州 磨針溪)에서 볼 수 있다.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唐(당)나라 시인 李白(이백, 字 李太白)은 어렸을 때 무역상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蜀(촉)땅의 成都(성도)에서 보냈다. 성장하면서 한 때 道敎(도교)에 심취했던 그는 遊俠(유협)의 무리들과 어울려 四川省(사천성) 각지의 산을 떠돌기도 했다. 이 때 훌륭한 스승을 찾아 공부를 하기위해 彭山(팽산)의 象耳山(상이산)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공부에 싫증이 나서 스승에게 말도 없이 산을 내려오던 중 상이산 아래 眉州(미주)의 磨針溪(마침계)를 건너다가 한 노파가 쇠로된 절구공이(鐵杵/철저)를 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백이 물었다.

“할머니 지금 뭘 하세요?” 할머니는 “바늘을 만들려고 갈고 있는 중이라오!” 이백이 할머니의 대답이 기가 막혀 비웃듯이 다시 물었다.

“그 절구 공이를 갈아서 어느 세월에 바늘을 만든단 말이에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하기를

“그럼 되고 말고, 하다가 멈추지 않고 계속 갈아대면 언젠가는 바늘이 되겠지!” 할머니의 말을 들은 이백은 마음에 크게 느끼는 바가 있어 생각을 바꾸고 할머니에게 공손히 인사하고서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그 후 이백은 마음이 解弛(해이)해지면 바늘을 만들려고 열심히 절구 공이를 갈던 그 할머니의 모습을 떠 올리며 분발하여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이 고사는 愚公移山(우공이산)과 함께 현대인에게 충고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무한의 경쟁시대라고도 한다. 조금이라도 한눈팔고 여유를 부리게 되면 남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서 성공해야 하거늘 날로 급변하는 사회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전에 하던 일을 끝까지 이루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젊은이들의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이 쉽게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우리는 1200여 년 전 이백이 살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현시대는 일의 성사여부를 미리 계산해 놓고 쉽게 목표를 접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Fichte : 1762 ~ 1814)는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에서 그는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여러분은 젊다. 젊은 만큼 빛나는 예지와 비상한 능력을 갖고 순수하고 뛰어난 감성을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이하생략)"고 하였다. 물론 이는 당시 상황에서 애국애족을 흥기시키는 내용이지만 꾸준히 연마하고 인내하면 잃었던 나라도 찾을 수 있는 고귀하고 소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교훈이 어디 젊은이들에게만 소용되겠는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한히 겪는 역경과 고난은 젊은이들만이 겪는 과정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조국을 위한 길이며 민족중흥을 위한 길이라면 자손후대까지 인내하면서 끈질기게 노력해야 하질 않겠는가!

쇠몽둥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 물론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여기서 배우는 인내심도 어리석다 하겠는가?

✱遊俠(유협) : 義(의)를 위하여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 강자를 꺽고 약자를 돕는 마음 또는 그러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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