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반세기 넘어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의 만남. 세계가 주시했고, 온 국민이 함께 지켜봤다. 북미는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회담 결과의 백미는 양국 간에 합의한 소통 채널의 구축이다. 후속 협의는 소통의 지속성을 의미하기에 그 결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쉽게도 핵 폐기 또는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고, 핵에 대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의제는 빗겨 나간 것 같다. 그렇다고 회담의 의미를 격하시킬 수준은 아니다. 북핵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시간을 두고 후속 조치 과정에서 다뤄질 것이다. 우선 쌍방이 서로를 알아가는 채널, 즉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평가한다.

한국전쟁은 중국과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멀어지게 한 결정타였다. 중국이 핑퐁외교로 대미 관계를 정상화 시키면서 국제사회에 등장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몰락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제사회로의 진입을 시도할 여유가 없었다. 내부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생각되지만, 권력의 세습체제를 견지하는 독특한 국정운영 하에서 북한 주민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핵의 등장은 생존을 위한 절대적 보검이었을 것이다. 북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압박 탓에 당면한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섰다. 도저히 탈출구가 안 보이는 북한의 입장에선 불가피한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이 곧 북미관계 정상화였다.

혹자는 이번 회담을 세기의 담판으로 표현한다. 담판은 결과를 도출하는 결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회담은 담판을 위한 쌍방의 약속을 끌어냈을 뿐이다. 최종 담판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하나하나씩 풀어 가야만 하는 고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한의 협상은 지금까지 함께 손을 잡는 듯하다가도 내팽개치는 격이다. 이런 불편한 관계는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나 불만제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다 보니, 쌍방 간에 불신만 켜켜이 쌓아졌다. 하루아침에 불신이 사라지고 신뢰가 찾아올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도 그렇지만 남북한도 이제부터 신뢰회복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와 있다.

합의문에서 눈길을 끈 것은 미군 유해 송환이다. 미국은 해외로 파병된 군인들의 유해를 끝까지 책임진다. 그래서 다민족 국가이지만 애국심과 단결력이 유지되고 있다. 미군 유해 송환문제를 미국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도 북한과 이 사안을 여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독특한 폐쇄성과 외부와의 접촉을 꺼렸던 연유 탓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를 풀어 갈 단초를 챙겼다는 점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회담이 전개되면 평화체제 보장과 미북관계 정상화와 맞물려 경제지원 등 이외에도 새로운 변수가 나올 수 있다. 툭하면 일방적 통보로 합의를 팽개친 북한의 못된 버릇이 우려된다. 아마 미국에게 그런 식으로 대했다가는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벌써부터 평화가 찾아왔다고 들뜨거나 환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아직은 좀 기다리면서 세심하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사안에 따라 우리 정부도 북미협상에 동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미회담과 별도로 남북회담도 진행 중이다. 남북 간에도 온 국민이 환영할 만한 결과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이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새 출발이 시작되고 있다.

* 이미지 출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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