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6·13 지방선거가 다음 날이다.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해 2,927명의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4,016명의 국민대표를 떠나 주민대표를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12명의 국민대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동시에 실시한다. 선거는 기존 권력을 평가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대의민주주의 핵심 과정이다. 이번 선거의 관건도 역시 현존 세력에 대한 평가와 더 나은 미래 선택의 성공과 기대 가능성에 대한 것이 그 주가 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남북관계에 따른 국제정치에 함몰되어 버렸다.

지방선거는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선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앙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운영이나 지방정치 세력이 중앙정치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이나 당내의 민주적 시스템이 그렇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 지방자치의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중앙정치가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욱 거세다. 중앙정치의 분위기가 떠있어 뭐라 할 수도 없지만, 지방정치를 유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지방정치 환경은 중앙집권적 한국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차원에서 보자면 선거과정을 주도하는 정당정치가 완전히 중앙집권적이다. 지방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법과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결여되어 있다. 기성 거대 정당 순으로 특권을 주는 우리나라 정당정치 제도는 지방선거 역시 결국 중앙정당에 의존하게 만든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다만, 우리 헌법은 장을 달리하여(제8장 지방자치)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8장 지방자치

제117조
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제118조
①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②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 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지방정부의 존재이유는 주민의 복리다. 현재 이 헌법 조문이 철저히 유린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돼 있으며, 최근 현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는 여당 지방선거 후보들의 중요한 선거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다시피 여당의 후보들은 대통령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만 보더라도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는 ‘나라는 문재인, 대전은 허태정’을 내세우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의 경우 집권여당의 허태정 후보에게 제기된 발가락 절단에 의한 병역 면제 의혹과 장애등급 부정 등록 의혹 등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덮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이슈를 탄 발가락 논쟁은 선거 이후에도 여야의 난타전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당은 구의원 후보들조차 주민의 복리에 중점을 둔 공약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활용하고, 남북대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높은 국정지지도 이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당에 맞서고 있지만,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자치라는 점을 효과적으로 내세우고 있지 못하다. 여론조사 공표 이전 시기까지는 야당의 맞불이 그렇게 효력을 보지 못한 듯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하기도 한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시적인 혁신 조치를 하지 못했고, 홍준표 대표 체제는 보수당의 안정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한계 속에서 제3당으로 등장했던 세력들은 향후 진로마저 불투명한 상황이고, 집권여당은 대통령에 기댄 프리미엄으로 높은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와 약세 야당이 주도하고 있어 지방은 실종되고 중앙만 보이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지방선거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외교에 따른 중앙정치의 과도한 지방선거 지배 분위기는 지방자치 자체의 동력을 상실시킨다. 정당정치의 분권화를 지방분권의 우선 과제로 고민해야 한다. 여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경쟁적 민주주의의 약화 또는 실종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은 없고, 중앙만 있는 이상한 지방선거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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