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전쟁은 인간에게 합법적인 살인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값진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은 결코 이성적인 행동이 아니다. 전쟁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은 비이성적인 인간 행위의 집합체로 귀착된다.

전쟁의 발발은 다양한 원인에서 출발한다. 인류사에서 펼쳐진 전쟁의 발발 원인을 따져보면 천차만별이다. 국가의 생존과 국민을 위한 보호 및 민족통합 등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은 전쟁마저도 참혹한 결과를 수반한다. 전쟁학은 전쟁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연구하지만, 궁극적으론 평화를 연구하는 평화학으로 귀결된다.

전쟁학과 평화학도 이념적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잣대를 내밀기에, 한국전쟁에 대한 원인과 과정 및 결과에 대한 논란이 상존해 있다. 전쟁발발의 원인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국가 지도자들의 오류와 판단 착오 그리고 권력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된다.

안타깝게도 학문적 연구와 현실은 아직도 그 괴리가 크다. 그런 탓에 지구상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전쟁연구가 현실적인 반면에 평화학은 이상적인 일면을 지니고 있다. 평화 자체가 전쟁 종식에서 출발하기에, 종전과 함께 펼쳐지는 미래를 기대하는 특성 탓에 그럴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북한을 보는 시각도 양분된다. 반공주의 관점을 반영하는 집단에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와 상대에 대한 반감이 크다. 반면에 일각에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만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남남갈등의 주된 요인도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툭하면, 그럼 전쟁하겠다는 것이냐는 목소리와 평화를 원하기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이 상존해 있다.

한국전쟁은 냉전체제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은 시점에서 발생했다. 이념적 성향이 강한 전쟁으로 국내전과 국제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과 적대감 탓에 그 피해와 상흔의 여파가 지금도 남아있다. 더군다나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인지라, 남북한은 언제나 긴장감을 늦출 처지가 아니었다. 당연히 엄청난 국방비가 소요되면서 국가 경제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북미회담이 가시화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휴전에서 벗어난 종전선언이 기대되고 있다. 북미회담은 비핵화와 핵폐기를 전제로 펼쳐지는 한반도의 운명이 내걸린 이른바 생사를 건 협상이다. 이런 중차대한 협상에서 비켜서 있는 정부로서도 마냥 지켜보기엔 속이 탈 것이다. 종전선언은 휴전협정에 서명한 미국과 북한 및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난제다.

종전이 선언되면 자연스럽게 평화협정으로 옮겨 갈 수 있다. 다만, 종전선언을 둘러싼 갖가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다. 휴전협정을 폐기하려면 종전선언과 함께 전쟁배상금과 전쟁 발발 책임소재 및 서해안 해상 경계선 조정과 유엔사 존립 등이 거론될 것이다. 이런 난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궁금하다. 반세기가 넘어서 이뤄지는 종전선언인지라 쌍방이 합의하면 기존의 종전협정 형식을 벗어나 서둘러 마무리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 이른바 현상유지(status- quo) 방식으로 기존의 남북 간의 현실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깊은 속내를 알 길이 없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지방선거 탓에 정신이 없는 정당들과 국회도 종전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시대적 결단과 대격변을 주시해야 한다. 북미회담에서 북핵을 둘러싼 다양한 난제들과 당면한 주변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개괄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우리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허나, 한국전쟁은 국내전과 국제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주변국들과 유엔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디 협상이 꼭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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