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SK증권 대전지점장 / 뉴스티앤티
이만섭 SK증권 대전지점장 / 뉴스티앤티

 우리 동네 슈퍼에서 야채 다듬는 일을 하시는 6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계신다. 슈퍼에 갈 때마다 늘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시는 아주머니는 나와 같은 성당에 다닌다.

그렇기에 성당에서 뵐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몇 년을 알고 지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초, 아주머니께서 조심스럽게 나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은행 적금이 만기가 되었는데, 요즘 은행 이자가 너무 낮아서 고민이다. 안토니오 씨가 증권회사에 다닌다고 하던데 이 돈을 예금이 아닌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

 

나는 아주머니께 몇 가지를 여쭈어보았다. 

"투자하실 금액이 얼마나 되시나요? 2~3년 이상 투자하실 수 있으신지요?"

"투자는 은행 예금과 달라서 수익이 나기도 하고, 손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투자하시고 나면 계속 수익률이 출렁일 텐데 참고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아주머니는 투자금액은 1,000만 원이라며, "당장 쓸 돈이 아니니 2~3년 이상 투자가 가능하다. 나는 주식을 잘 모르니 안토니오 형제님을 믿으니 알아서 잘 투자를 해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는 2015년 4월에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하셨다. 

 

나는 2~3년 후 최소 30% 정도 오를 주식을 찾기 위해 열심히 주식 시장을 뒤졌고, 마침내 적합한 주식을 두 종목 골라 한 종목에 500만 원씩 투자를 해 드렸다.

그러고 나서 한 번 더 아주머니께 당부 말씀을 드렸다.

"투자를 처음 하시는데 투자를 하고 나서 수익이 조금 났다고 기뻐하시지도 말고, 손실이 났다고 해도 너무 초조해 하시거나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투자는 중간 과정은 큰 의미가 없고, 나중에 매도할 때 결과가 중요합니다. 가끔씩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말씀드릴 테니 2~3년 동안 땅 사놨다 생각하시고 마음 편하게 기다리세요."

 

그렇게 투자를 하고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내 바람과는 다르게 사모님께 사드린 두 종목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슈퍼에 갈 때마다 아주머니를 뵙고 인사를 나누며 가끔은 투자는 큰 특이사항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주식은 오르기는커녕 15~20% 정도 하락하여 손실이 났다. 성당에서 사모님을 뵐 때나 슈퍼에 가서 인사드릴 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아주머니께서 1,000만 원 벌기 위해 얼마나 성실히 열심히 일하셨고,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기에 더욱 죄송한 마음이 컸다. 

정말 잘해드리고 싶었지만, 결과는 내 뜻과는 정반대로 좋지 않았다.

 

2년을 기다리시던 아주머니께서도 지쳤는지 2017년 가을에 손해를 봐도 좋으니 주식을 팔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연말까지만 지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연말이 되어도 주식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 사이 사모님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언짢은 말씀이나 속상하신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송구한 마음이 더욱 컸다. 나중에는 사모님을 뵙기가 민망했다.

 

그렇게 작년 연말이 오고, 그때도 주식은 여전히 10~15% 손실이었다.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죄송하고 민망했지만, 아주머니께 다시 한번 더 말씀드렸다. 

"돈이 필요하셔서 주식을 파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 수익이 나지 않아 파시는 것이라면 조금만 더 기다리시죠."

사모님은 2년 넘게 한결같이 부진한 모습에 실망을 하셨는지, 당장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2018년을 맞았다.

2018년 3월~4월 단 두 달 사이에 아주머니께 사 드린 주식은 급등하였다. 15% 정도 손실에서 50% 넘는 수익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4월 말에 주식을 팔아 1,520만 원을 송금해 드렸다.

3년 가까이 손실구간에서 골치를 아프게 했던 주식이 단 두 달 만에 미운오리 새끼에서 멋지고 우아한 백조로 변한 것이다. 

투자 기간 3년에 50% 수익이니 연평균 16.7%로 성공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실을 따기까지 오랜 기다림은 쉽지 않았다. 

힘든 기간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신 사모님께 감사드린다. 

 

투자가 힘든 이유는 결과(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는 망망대해로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항해는 도착해야 할 목적지가 있기에, 칡흑 같은 어둠과 집채만 한 파도가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어려움을 극복하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목적지가 없다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방향을 잃고 파도에 휩쓸려 버릴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처음 투자할 때 투자 원칙과 목표를 명확히 정해놓지 않으면, 투자 과정에서의 맞닥뜨리는 수많은 등락과 호재와 악재 속에 방향을 잃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투자는 기다림이다. 

언제 올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초조해 하지 않고 늘 묵묵히 그때를 기다릴 수 있는 뱃심이 있어야 한다.

 

사모님께 돈을 송금해 드리고 나서 통화를 했다.

"역시 머니가 좋기는 좋네요, 마침 돈 쓸 일이 생겼는데 고맙습니다. 100만 원은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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