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도 / 뉴스티앤티
선거 / 뉴스티앤티

지난 19대 대선에서 ‘보수의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대구와 경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21.76%와 21.73%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에 반해 ‘민주화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광주와 전남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각각 1.55%와 2.45%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쳤다. 따뜻한 보수를 주창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 또한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2.18%와 2.09%의 득표율에 머물고 말았다.

이처럼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의 골은 여전히 깊었다. 물론 지난 19대 대선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정권심판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보수진영의 후보들이 광주와 전남에서 얻은 득표율은 매우 안타까운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부터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특정 지역에 특정 정당의 후보들만 당선이 되다보니 정책이나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당만 보고 ‘묻지마 투표’를 강행하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현재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묻지마 투표’의 경향은 그대로 드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7월 30일 전남 순천시·곡성군의 재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호남에서 최초의 보수정당 출신 당선자가 된다. 이 때 김부겸 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정현 의원의 당선에 대해 “여야를 떠나서 축하할 일이다. 이것은 고생해본 사람은 알지만.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 축하해야죠.”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당선처럼 기뻐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의 중심지 수성구로 내려가 2014년 지방선거까지 민주당 후보라는 이유로 두 차례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김 장관으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정현 의원이 물꼬를 튼 덕분인지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김 장관도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이 되고, 이정현 의원 역시 전남 순천에서 연속 당선되는 쾌거를 이룬다. 이외에도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된 정운천 의원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서 당선된 홍의락 의원 등이 지역주의를 타파한 대표적인 의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호남은 민주당, TK는 한국당’이 석권하는 시대로 갈 수는 없다. 더 이상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석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개편하게 되면 정당 간의 경쟁이 가능해져 호남에서도 보수진영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고, TK에서도 민주당의 의석 확보가 비교적 수월해진다.

또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단순 결합인 우리나라의 선거구제는 유권자의 표와 의석수의 불비례성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지역주의 극복과 유권자가 행사한 표의 불비례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중선거구제의 도입과 맞물려 비례대표제 또한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지난 회에도 언급했듯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정당 득표율 27.46%를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한 반면,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더불어민주당 보다 1.29%p 높은 28.75%를 획득했으나, 실제 의석수는 38석에 그쳐 매우 심각한 불비례성을 초래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 민의가 의석수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차제에 중선거구제의 도입을 통해 일당 지배가 이루어지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통해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배분으로 민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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