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 / 을지대병원 제공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 / 을지대병원 제공

초보 아빠 엄마라면 한번쯤은 한밤 중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들춰 업고 병원 응급실로 직행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지만, 눈물, 콧물, 식은 땀 흘려가며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보면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이 부모 마음일 터. 하지만 전문의들은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처치만으로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소아 발열과 감기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열 내려야 하니 찬물로 아이 몸을 닦아준다?

아이에게 38.5도 이상으로 열이 지속될 때는 우선 옷을 다 벗기고 열이 많이 발생하는 머리, 가슴, 배, 겨드랑이, 사타구니까지 닦아주어야 한다. 이때 찬물로 닦으면 피부 혈관이 수축돼 오히려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또 피부와 몸 속 온도차이가 클 경우 아이가 느끼는 체감추위가 높아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간혹 알코올을 물에 섞어 닦아주기도 하는데, 이는 일사병으로 인한 고열에서만 쓰는 방법이다. 알코올의 경우 아이 몸속으로 흡수돼 중독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절대 해선 안 된다.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는 “30도 정도 미지근한 물로 지속적으로 닦아주며 열이 서서히 내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초기에는 오한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때는 옷을 입혀주고, 열이 다 올라 추운 것이 멈추면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면 된다”고 설명한다.

소아 발열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발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소아 발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바이러스성 감기나 장염, 요로 감염, 폐렴, 중이염 등의 감염성 질환이 가장 흔하다. 종양이나 탈수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감염성 질환에 비해 빈도는 낮은 편이다.

 

감기에 열까지 나면 감기약 먼저? 해열제 먼저?

일반적으로 감기는 스스로 치료되는 질환이며, 약은 증상의 완화를 위해 복용하는 것이다. 만 3세 이상 소아가 가벼운 기침과 콧물, 미열 등의 증상이 있으나 잘 놀고 잘 먹는다면 꼭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감기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생후 100일 미만의 신생아라면 문제가 크다. 아기들은 보통 모체로부터 면역성을 받아 나오기 때문에 생후 약 3개월까지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는 “특히 신생아가 감기증상을 보인다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며 “당장은 크게 아파보이지 않더라도 면역성이 부족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감기로 인해 발열까지 동반된 경우, 우선적으로는 감기약을 먼저 먹이는 것이 원칙이다. 보통 감기약에는 해열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해열제를 별도로 먹일 경우 복용량이 두 배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감기약에 해열제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약의 주요 성분들을 꼼꼼히 확인한 후 해열제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감기약보다 해열제를 우선 먹여야 한다.

기침은 몸에 들어온 나쁜 것들을 내보내기 위해 하는 것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멈추도록 두는 것이 좋다. 기침을 줄이는 치료를 하면 감기증상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침이 심할 때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 가래가 묽어지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먹지도 않고 잠만 자려 한다면 그냥 둔다?

아이가 무엇이든 먹으려하지 않고, 먹더라도 기침과 함께 토를 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고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몸 안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열이나 기침, 가래, 코막힘 등 감기증상이 빨리 호전되는 만큼 보리차나 주스 등을 먹여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소 1~2일 정도 관찰한 결과 ▲ 먹는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 잠만 자려하거나 ▲ 몸에 힘이 없고 축 처지거나 ▲ 소변량과 횟수가 줄어들 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약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할 때는 눕힌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으로 양 볼을 꽉 눌러 입 안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게 한 다음 순간적으로 먹이면 된다. 이때 약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머리와 상체를 조금 높여줘야 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귀 통증을 호소한다면 중이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중이염에 걸리면 대부분 열이 나고 먹는 양이 줄어들며, 영아의 경우 젖병을 조금만 빨아도 귀의 염증으로 인한 통증에 울며 보채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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