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지는 이미 확인…명문화 수준이 회담의 성패 가를 듯
헌법에 '핵보유국' 명기한 北 체제 내부에 비핵화 의지 공식화 의미 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도 고양 킨텍스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기도 고양 킨텍스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대한 전기가 될 '2018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조건을 북한의 비핵화 의지 명문화로 규정했다.

남북정상회담 의제의 초점을 비핵화에 맞출 것이라는 그동안의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어떤 형태로든 명문화하겠다는 회담의 목표를 공식화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의 메인 프레스센터(MPC) 브리핑에서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하고 이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들어 비핵화 의지를 밝혀 왔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밝힌 목표가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인다"고 밝혔다.

관건은 이미 확인된 비핵화 의지를 어느 수준으로 명문화하느냐다.

임 실장은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에 합의한다는 것은 1990년대 초 그리고 2000년대 초에 이뤄진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며 "이 점이 이번 회담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90년대 초나 2000년대 초 핵 기술 수준이 발전하기 전의 북한과 달리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는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 등 비핵화 2단계 조치 이행 시한을 담은 6자회담 '10·3 합의'가 도출된 직후에 이뤄졌다.

이와 달리 이번 회담은 핵무기를 두고 북한과 국제사회가 '벼랑 끝' 수준까지 대치하다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비록 북한이 대화 의지를 밝혔다 하더라도 합의문에 담길 비핵화의 수준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대략적이나마 비핵화 완료 시점이나 그 방법 등을 합의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나타낼 수도 있겠으나 정상 간 만남에서 이 수준의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추상적인 비핵화 의지가 아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선언만 나와도 큰 성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12년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며 '핵보유국'임을 명기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그러한 수준의 비핵화를 선언하는 것 자체에 담긴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보여줄 비핵화 의지가 회담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론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담판의 결실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가 바라는 수준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이 보여준다면 이는 북미 간에 이뤄져 온 비핵화 논의가 상당 수준 접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되는 긍정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서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에 합의할 확률을 높게 점칠 수 있을 전망이다.

임 실장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이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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