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지난 22일 오후. 자유한국당 박성효 시장 후보 개소식은 인파가 넘쳐났다. 마련된 장소가 비좁아서, 다른 층에서 화면으로 개소식을 지켜보는 이들도 많았다.

박성효 캠프에서는 일찌감치 이완구 전 총리의 참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전 총리가 올까?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아마 이 전 총리도 엄청 고심했을 것이다. 개소식 참석은 곧 자신의 정치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당일 새벽에 이 전 총리는 미국에서 급히 달려왔다. 이는 곧 한 달여에 걸친 해외 체류 과정에서 이 전 총리의 고심이 끝났다는 의미다.

개소식에 나타난 이 전 총리는 거침이 없었다. 3년여 동안 정치무대에서 떠나 있었던 그로서는 무척 반갑고 흐뭇한 자리였을 것이다. 아울러 ‘충청대망론’은 꺼지지 않았고, “자신도 죽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로부터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전 총리가 지원할 때마다 3% 내외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박 후보 캠프 쪽의 전언이다.

23일 국회 정론관. 이 전 총리는 낙마 이후 흘러간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비타500’으로 언론에 의해 난도질당했던 뼈아픈 상흔을 다시 꺼냈다. 진보 매체가 실체도 없는 ‘비타500’으로 특종도 하고 관련 기자는 언론상까지 받았다. 성완종 측에서도 ‘비타500’은 아니라고 강변했음에도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면서 기사로 내보낸 것이다. 거짓 뉴스에 휘둘린 우리 언론의 현 주소다.

검찰도 법정에서 ‘비타500’의 실체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비타500’의 실체는 애초부터 없었고 허구임이 드러난 것이다. 관련 진보 언론의 무책임한 횡포이자 비도덕성 탓에 총리마저 낙마했으니, 대통령이라고 그렇게 당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우리는 탄핵과 촛불시위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소용돌이를 지켜봤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비타500’은 이 전 총리 낙마에 결정적 타격 기뢰였다. ‘비타500’이 사실인 양 확산되며 민심도 들끓었고 비판적 댓글이 넘쳐났다. 현직 총리로서 진실을 고수하기엔 견디기 어려웠다. 악마의 편집과 악성댓글의 공격에 치졸하게 대응하느니, 오죽하면 목숨까지 내걸고 법정투쟁을 선택했겠는가. 해당 진보 매체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고, 이미 공개사과를 요청해 놓고 있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드루킹 같은 음흉한 음모와 거짓을 담은 악성댓글의 저급한 위력과 여론조작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촛불로 번진 민심의 확산과정에서도 악마의 편집과 악성댓글이 여론조작에 큰 몫을 해냈다고 본다. 총으로 잡은 권력은 총으로 망하게 되어 있고, 댓글 공작으로 흥한 세력은 댓글 공작으로 망하게 되어 있다. 그게 지난 역사가 보여주는 진리이자, 드루킹 사건을 지켜보면서 새삼 느끼는 대목이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충청은 영호남의 틈새에서 늘 허우적거렸다. 걸출한 정치인이 나와도 세가 약하고, 도전 정신이 취약한 탓인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인구로 따지면 결코 약세가 아닌데도, 영호남만큼 정치적 합심의 모습이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충청지역 이미지가 뜨겁지도 못한 미지근한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영호남의 괄시에 불끈 일어선 때가 있었다. 우리가 핫바지인가? 이런 볼멘소리가 나오자, 충청민심이 들끓었던 때다. 이런 현상도 이미 지난 시절이지만, 그 와중에도 대권 도전에 나서는 자가 드물었다. 이런 정치지형은 지금도 여전하다. 충청은 영호남의 틈새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이 전 총리가 ‘충청대망론’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충청인으로서의 서러움과 한의 표출이다.

한때는, 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및 안희정 전 지사가 ‘충청대망론’의 선두주자였다. 반 전 총장은 스스로 물러섰고 안 전 지사는 몰락했고, 억울하게 물러섰던 이 전 총리가 다시 등장했다. 여타 잠재적 인물들도 ‘충청대망론’의 꿈을 숨기지 않고 있다. 누가 ‘충청대망론’의 꿈을 실현할 것인가? 향후 이 전 총리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인으로서는 3년의 공백이 짧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는 충청도식인 아닌 직접 나서서 화끈하게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우파 보수진영도 이 전 총리의 정치력과 리더십을 잘 알고 있기에 적극 환영하고 있다. 지금의 보수진영은 분열과 갈등의 연장선에서 혼미 상태다. 보수진영의 회생 여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 가는지에 달려있다.

정치인 이완구는 선이 굵고 뚝심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강한 추진력은 정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제 이 전 총리는 민심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지근에서 지켜본 전지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 전 총리의 향후 행보는 보수재결집과 당권도전에 치중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 전 총리의 발걸음이 무겁겠지만 매우 희망적으로 보인다. ‘충청대망론’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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