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여성학자 노엘레-노이만 교수는 ‘침묵의 나선이론‘을 정립했다.

권력자와 정부가 특정 정책과 이슈를 제기하면 건전한 비판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다수가 이런 비판이 옳지 않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소수는 비판에 대한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게 ’침묵의 나선이론‘의 요체다. 건전한 여론 형성보다 특정 지지자와 지지 단체가 여론을 조작한다면 소수는 침묵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 댓글부대의 전략이다.

친노-친문 지지자들의 과격한 지지 표출이 댓글로 녹아들면서 포털 사이트가 점령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일이다. 어느 기자가 댓글 관련 질문을 했다.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편향된 관점에서 쏟아지고 있는 댓글의 공격적 성향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답은, "기자들도 그런 부분은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예민하실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대통령이라면 온 국민이 보는 그런 자리에서 과격한 댓글의 문제점 즉, 특정인과 매체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여론조작과 허위정보 전달 등에 관한 성숙한 접근과 자제요청을 피력해야만 했다. 건전한 댓글 문화 즉, 선플의 정립이 시급하다는 정도의 멘트라도 내놓아야 했다.

이런 사안을 웃어넘기는 문 대통령의 표정을 보면서 참 걱정되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쏟아내는 댓글의 위용(?)을 인지하고 있기에, 어물쩍 넘기려 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사달이 났다.

더불어민주당원으로 알려진 김동원(필명 드루킹)이 댓글 공작의 주범으로 확인되면서 결국은 구속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문재인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댓글을 수없이 쏟아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댓글 활동에 굼뜬 보수세력이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일까 할 정도였다. 갑자기 보수세력이 결집하여 댓글 달기에 나선 것일까. 그 정도가 지나쳐서 뭔가 석연치 않았다. 드루킹은 마치 보수세력이 나서서 한 것처럼 위장행위를 펼친 것이다. 댓글에 의한 여론조작의 힘을 여지없이 보여준 참 고약한 짓거리다. 왜, 드루킹은 문 정권을 공격했을까?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렇게 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나치즘은 정치적 선전으로 대규모 집단행동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작금에 이르러 SNS도 여타 매체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일반 매체와 달리 쌍방향 소통과 교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확산력도 크다. 매체가 마치 주삿바늘처럼 수용자에게 메시지를 주입시키면 그 효과가 직접적,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나타난다. 그런 주삿바늘의 전형적인 형태가 댓글로 변한 것이다. 댓글의 수와 양이 넘쳐날수록 검색어 등급과 네티즌의 반응이 달라진다. 수용자는 당연히 여론의 흐름으로 착각할 수 있다.

광우병과 세월호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및 촛불집회 등 우리는 숱한 여론의 비등을 지켜봤다. 허위보도에 앞장선 매체도 문제지만, 댓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촛불시위 때도 ‘7시간의 행적’을 둘러싼 기이한 소문과 온갖 잡스런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점령했다. 가짜뉴스보다 더 고약한 것이 악성 댓글이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여론조작은 악질적인 행위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지라 이 사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드루킹의 블로그 /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드루킹의 블로그 /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드루킹의 블로그. ‘경인선’(경제보다 사람이 먼저다)과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살펴보면, 드루킹이 유명세를 지닌 단순한 블로거가 아님이 드러난다. “경인선은 정통 친노-친문 지지자들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차기, 차차기 민주 정부로 길이길이 이어져, 이 나라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적폐들로부터 문재인 정부를 지켜드리고자 한다“는 활동목적을 제시했다. 드루킹이 총괄했던 또 다른 조직인 경제공진화모임(경공모)은 회원들로부터 받은 포털 사이트 아이디(ID) 614개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선플을 지향하다는 그들의 주장이 허구이고 지지활동이 결국은 여론조작 활동임이 드러나고 있다.

드루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김경수 의원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입장을 바꿔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이젠 드루킹과 김 의원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그간에 국정원 댓글 사건도 법의 처벌을 받았다. 더 이상 댓글 공작으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차제에 검찰은 댓글 부대의 자금추적과 배후 세력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내놓는 결과에 따라 특검으로 갈 수도 있다.

이젠 여론도 믿기 힘든 현실이 되어버렸다. 국민의 관심은 지난 대선 때 전개된 댓글 공작의 진면목과 그 배후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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