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변호사 (前법무연수원장, 前대전지·고검장) / 뉴스티앤티

지난 3월 10일부터 6주간에 걸쳐 매주 금요일 아침 연세대 김상근 교수님의 지도로 [로마사]를 공부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세 명의 로마인 이야기입니다. 

사례 1) '그'는 유능한 변호사였습니다. 시칠리아 총독 마케르는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하자 그를 선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의뢰인의 기대와는 달리 마케르를 유죄로 만들어 버립니다. 마케르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살하고 맙니다. '그'는 친구 아티구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나는 그를 유죄로 이끌어냄으로써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를 석방시켜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는 것이지요." '그'는 명성을 위해 직업적 의무를 저버린 것입니다. 

사례 2) '그'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였습니다. 황제의 스승으로 6년, 보좌관과 집정관으로 8년간 총 14년을 황제를 보필하며 로마의 정치를 주도하였습니다. '그'는 사치를 탐하고 국고를 축내는 부유한 귀족들을 자주 비난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3억 세스테르티우스 (1세스테르티우스가 10~15달러에 해당한다고 하니 30억 내지 45억 달러, 한화로 3조 3천억 내지 5조 1천억 원)라는 많은 재산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축재하였고 비싼 레몬 나무와 상아로 만든 호화 탁자를 500개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례 3) '그'는 황제였습니다. 그가 통치하던 시기를 팍스 로마나라고 합니다. 우연히도 앞선 황제들은 아들을 낳지 못하였습니다. 황제의 직위는 똑똑한 양자들에게 상속되었습니다. '그'도 황제의 양자였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친아들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아들은 망나니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치명적 잘못을 범하였습니다. 결국 그 아들 대부터 로마는 쇠망의 길로 접어듭니다. 

혹시 이 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첫 번째 사람은 훗날 로마의 국부로 추앙받았던 [키케로]이고 두 번째 사람은 스토아 철학자로 유명한 [세네카]이고 세 번째 사람은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입니다. 

로마 역사상 대표적인 정치가, 철학자, 황제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이런 어두운 면이 있었습니다. 사람이란 존재는 늘 이런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사람인 이상 부족하고 어리석고 욕심투성이입니다. 저는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위안을 느낍니다. 역사상 이렇게 위대한 사람들도 이런 약점이 있는데 나 같은 존재야 더 말할 것도 없지 하는 비겁한 위안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런 한계 속에서도 자신들을 성찰하였습니다. 그들이 역사에 남은 것은 그들이 단지 위대한 정치가, 철학자, 황제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끊임없이 위대한 생각을 하고 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키케로는 [의무론]을, 세네카는 [행복론]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남겼습니다. 저는 로마사 공부를 하면서 그들의 위대한 생각을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키케로는 어느 시인을 변호하면서 문학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문학은 유년기를 날카롭게 세우며 노년기를 달래 주고, 기쁜 일은 축하해 주며 고난에는 피난처와 위안을 마련해 주고, 집안에서는 즐거움을 돋우며, 밖에서는 도움을 주고, 우리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먼 여행의 길동무, 시골집의 친구가 됩니다." [아르키아스 변호연설, 7장 16절] 

그는 또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길 잃고 방황하는 자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마치 자신의 등불로 다른 사람의 등에 불을 붙여 주는 것과 같다. 그런데 남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고 해서 자신의 불빛이 덜 빛나는 것이 아니다.” [의무론, 1장 51절] 

그러나 정작 그는 길 잃고 방황하던 어느 의뢰인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기도 하였지요. 이 글은 훗날 반성의 의미에서 쓴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세네카가 이야기하는 일상의 행복론입니다. 

"인류에게 참으로 위대한 축복은 우리 가운데 즉, 눈이 닿는 범위 내에 있다. 그런데 인간은 눈을 감고 어둠 속을 헤매다가 보기 흉하게 넘어져 뒹굴고 있는 것이다. 행복 자체에 넘어져 뒹굴면서도 그것이 자기가 열심히 찾고 있는 행복인 줄 모르고 있다" [행복론, 2장] 

세네카는 한편으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산이 많은 것에 대해 반성하였습니다. 사람은 늘 이런 이중성을 지니고 살지요. 

"나는 스승 아타라스가 가난에 대해 논한 것은 초인적이라고 생각된다. '필요 이상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필요 이상의 필요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그 소유자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할 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는데 이 말은 나를 크게 반성하게 하여 나로 하여금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이 너무 많은데 대해 얼굴을 붉히게 하였던 것이다." [행복론, 4장] 

실제로 그는 자신의 제자인 네로 황제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하였으나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는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날이 새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나는 주제넘는 사람을, 배은망덕한 사람을, 교만한 사람을, 음흉한 사람을, 시기심 많은 사람을, 붙임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라고" [명상록 2장 1절] 

"끊임 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굳건히 견디는 바위가 되라. 꿋꿋이 버티고 서서, 끓어오르는 바닷물을 잠재워라.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나야말로 불행하구나.' 천만에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라.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고통을 겪지 않고, 현재의 불운에도 망가지지 않고, 미래의 고통도 두렵지 않으니, 나야말로 행운아로구나.'" [명상록, 4장 49절] 

그는 명상록을 전쟁 중에 썼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절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늘 저 자신에게 다짐하는 구절은 이것입니다. 

"못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그게 무슨 불행이며, 놀랄 일인가. 이런 사람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한 너 자신을 나무라야 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라." [명상록, 9장 42절] 

김상근 교수님은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표어 하나를 제시하셨습니다. 

[Super astra] 라틴어로 번역하면 [별을 넘어서]입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넘어 저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세 사람에게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Super astra 했기에 위대한 사람들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어리석고 욕심 많은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일도 그런 존재로 머무를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을 Super astra 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7. 4. 2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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