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을 새롭게 할 좋은 기회, 5월 9일

배종철 논설위원 / 뉴스티앤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982년에 개봉된 영화 <소피의 선택>에서 두 아이와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되던 소피는 독일군 장교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러자 장교는 아들과 딸 중에서 한 명만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가스실로 보낼 아이를 정하면 남은 아이는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딸을 가스실로 보내기로 선택한다. 전쟁이 끝난 후 죄책감을 못 이긴 그녀는 삶 대신 자살이라는 또 한 번의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젊은 시절, 피에르 가르뎅은 동전을 던져 직업을 선택했다. 앞면이 나오면 디자이너 왈드너에게 일을 배우고, 뒷면이 나오면 전근 사령장에 따라 파리 적십자사에서 일하기로 한 것이다. 앞면이 나온 것을 확인한 그는 왈드너의 가게를 찾았고, 이후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디올에게 일을 배우면서 실력을 쌓았다. 그의 패션 브랜드는 이렇게 동전 던지기로 시작된 셈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사르트르의 말대로 인생은 태어나서(Birth)부터 죽는 날(Death)까지 선택(Choice)의 반복이다. 점심 메뉴나 영화를 고르는 것부터 대학, 직장 그리고 배우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까지 우리는 선택에서 잠시도 자유롭지 않다. 그런 이유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권리이면서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의무이기도 하다.

 

5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한 순간의 선택이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선택의 중요성에 대한 실전 경험을 확실히 한 셈이다. 그동안 적잖은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유권자들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로 구분 짓고, 진보와 보수로 편가르기를 즐겨 했다. 정책과 인물에 대한 평가보다 당 간판이 우선이었다. 오죽하면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피에르 가르뎅은 동전으로 직업을 선택했지만,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개인의 노력 여하를 떠나 나라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하여 동전을 던지는 ‘피에르 가르뎅의 선택’도 안 되겠지만, 어떤 결정을 내려도 불행을 비껴갈 수 없는 ‘소피의 선택’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번 대선은 해묵은 관점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 사는 이 땅을 새롭게 할 좋은 기회다. 5월, 소중한 한 표와 신록의 어우러짐을 한껏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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