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직전 대통령마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암울한 사례는 우리 정치사의 오욕과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갔다는 자체가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꼴이 된 것인지, 권력의 종말과 불행이 함께 동반되는 것이 정권교체 이후에 겪는 정당한 수순인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정치는 혼란스런 비즈니스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아담 스위프트 교수의 일갈이다. 스위프트 교수는 정의와 민주주의를 ”정치의 생각“이란 저서에서 명쾌하게 정리했다. 정치인이 내세우는 정치적 이상과 정책의 연관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한 국민의 입장에선, 그저 범죄 성립 여부에만 눈길이 쏠리게 마련이다. 권력 행위 뒷면에 가려진 흑막세계는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기이하게도 정권교체 시기에 이런 현상이 돌출한다.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 자체가 사실 모호하다. 게다가 나라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일관성과 잣대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들에게 한꺼번에 몰아친 곤경이 더욱 안타깝다.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이 사연은 다르지만 고된 수난을 안 겪은 전례가 없다. 대통령이 직접 연관되지 않으면 그 자식들과 친인척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우리 대통령들을 둘러싼 끊임없는 각종 비위와 불법사례는 이젠 해외토픽감도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시기에 무난하게 잘 지내다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호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말 아리송하다. 같은 우파진영이라 눈 감아 준 것일까. 박 전 대통령 당시의 검찰과 언론은 왜 꿀 먹은 벙어리였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직후에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도 눈에 선한 데, 어쩌다가 또다시 전직 대통령들이 한꺼번에 이런 곤욕을 치른단 말인가. 정치보복이라는 일각의 원성을 덮는 지름길은 법의 잣대를 제시하는 일이다. 권력 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의 잣대는 국민의 분노와 감정을 건드리는 전가의 보도다. 어떤 연유로든 정치보복이란 오명의 굴레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되어버렸다. 권력구조의 변경을 진지하게 논해 볼 때도 되었다.

법 테두리 내에서 권력 행사를 약속한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는 왜 이리 불안하고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법의 범주에서 책임감과 소신을 갖고 권력 행사와 정책 집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당당한 지도자가 아쉽다. 따지고 보면, 법 집행과 감시를 해야 할 국가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각종 부조리와 비리를 덮어준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세상사가 그렇듯 대통령을 보좌하고 권력 정점에 빌붙었던 인사들의 비열한 배반과 배신이 난무한다. 이러니 사회가 더욱 혼탁해지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후대에서 뭘 보고 배워야 하는지, 참 난감하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도 자신이 모두 책임지고 가겠다고 천명했지만, 그 진실성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 재판과정에서 주변 관련 인사들의 증언에서 드러나듯이 이 전 대통령 재판과정도 유사하게 전개될 것 같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 및 한미무역갈등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전직 대통령들을 둘러싼 공방전이 안타깝다. 국민의 판단으론 진영이 다른 권력층의 정권교체는 곧 전직 대통령의 당연한 수난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후진국 정치의 단면인지라, 선진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은 더욱 참담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언제나 돌고 도는 이런 권력사가 되풀이되어야 하나. 이러니 우리 정치사는 불행과 질곡의 점철이다. 대통령의 불행은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다.

 

저작권자 © 뉴스티앤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