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며, 특히 민주주의가 성숙되면서 공공부문에서의 다양한 갈등 표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 벌어진 다양한 공공갈등 사건을 정리해 보면, 김대중 정부시절의 새만금 간척사업 갈등, 영월 동강댐 갈등, 노무현 정부시절의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갈등, 이명박 정부시절의 동남권 신공항사업 갈등,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 갈등, 4대강 정비사업 갈등 등이 있었다.

공공갈등은 특히 1990년대 이후 일반국민의 의식이 높아지고, 지방자치자체가 실시되면서 대형사업의 경우 추진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공공갈등은 정부간, 정부-집단간, 정부-지역주민 간 갈등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점점 갈등주체가 복잡화, 다원화되고 있어 갈등주체 분류 자체가 사실상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이전에 국책사업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중앙부처 공무원, 전문가 등으로 협소했던 반면, 최근에는 지자체, 지역주민, 환경단체, 언론, 종교계 등 다자간 관계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공공정책의 수립·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갈등은 갈등당사자, 갈등의 내용, 성격, 쟁점 및 표출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우선 갈등당사자에 따라 정부 간 갈등과 정부와 주민 간 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다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간의 수직적 갈등과 중앙부처,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 동급의 행정주체 상호 간의 수평적 갈등으로 구분된다. 후자는 공공정책 주체인 정부와 주민 또는 시민단체 사이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다음으로 공공갈등을 내용에 따라 지방행정·재정분야 갈등과 지역개발분야의 갈등, 성격에 따라 이익갈등과 권한갈등, 쟁점사항에 따라 이해갈등과 가치갈등, 표출여부에 따라 잠재적 갈등과 현재적 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지방행정·재정분야 갈등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 인사, 조직 등 지방행정분야 갈등과 과세, 재정, 관리 등 지방재정분야 갈등을 의미하고, 지역개발분야 갈등은 혐오시설, 하천, 광역시설, 지역개발사업과 관련한 갈등을 말한다.

그리고 이익갈등은 갈등당사자들이 사회경제적 이익을 지키거나 추구하기 위해 대립할 때 주로 나타나는 갈등, 즉 토지이용, 시설입지와 관련한 비용과 편익배분에 대한 이익의 대립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권한갈등은 인·허가, 재산관리 등의 경우 이해당사자 간의 권한과 책임귀속의 여부 및 적합성에 관련된 분쟁으로 정부 간 갈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한편, 이해갈등이 이익, 절차, 사실관계, 구조적 원인, 상호관계 등에 대한 당사자들 간의 사고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라면, 가치갈등은 그들 간의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의미한다.

공공갈등은 주로 정부와 주민 간 갈등으로 출발하지만 때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갈등, 지역 사회 내 주민 간 갈등으로 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공공갈등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조화를 붕괴시킴으로써 지역사회 자체를 파괴하고, 여·야 정치권의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공공갈등이 사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공공정책이 수많은 이해관계와 관련되어 있고, 그 이해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깊고 해결되지 아니하는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유효하고 적절한 방법을 여러 분야의 관점에서 모색해볼 수 있으며, 법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삼수변(氵=水)과 갈 거(去)자로 조합된 문자가 우리가 흔히 법률학에서 쓰는 법 법(法)자이다. 법(法)이라는 것도 원래 중국의 고자(古字)는 해괴할 정도로 어려운 글자였으나 현재는 물이 흘러가듯 순리를 뜻하는 '法'자로 간편해진 것이다.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는 의미의 葛藤은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복잡하게 뒤얽혀 풀기 어려운 상태나, 인간 내면의 상충되는 생각 때문에 고민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서양어의 갈등을 나타내는 conflict는 라틴어 conflictus의 과거분사 형인 comfligere에서 유래된com(together)+fligere(to strike)라는 의미로서, 서로 때리거나 부딪치는 상황을 형상화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갈등상태는 이와 같이 인간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사이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의견대립으로 꼬이고 얽혀서 쉽게 풀기 어려운 적대적, 비우호적인 상태를 말한다.

이 두 개념의 융합을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는 개념이 갈등관리일 것이다. 즉 갈등을 순리대로 풀어 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법이라는 도구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최고법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회통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뿐만 아니라 그 하위 법들 역시 사회통합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거슬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추구해야 되는 사명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갈등의 해결을 모색하는 갈등관리와 법속의 사회통합은 서로 추구하는 방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공갈등의 문제는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그 해결방안을 논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법이라는 시스템을 통한 갈등에의 접근방법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수많은 법 분야 중에서도 행정주체와 국민 간 및 행정주체와 행정주체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공법분야인 헌법과 행정법분야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공공갈등을 관리하거나 그 해결을 위해 법적 장치의 중요성은 그것이 절차적이든 실체적이든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사회통합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여 공공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들을 실정법과 법원리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는 공공갈등을 위한 현행법제의 보완점 및 갈등조정기구의 운영실태, 바람직한 갈등해결을 위한 행정법적 방법 등에 대해서 검토해 보겠다.

첫째, 공공갈등을 위한 현행법제의 보완점으로 갈등관리에 대한 법률제정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헌법상의 원리들을 구현할 갈등관리 일반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나 현재는 부재한 상태이다. 공공기관의 갈등예방 해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있기는 하나 이는 행정입법으로서의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동 규정은 목적조항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중앙행정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제도의 운영여부를 임의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국가차원의 갈등해결 노력과 지방차원의 갈등해결 노력에 단절을 가져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간의 갈등해결을 위한 법적 불비를 유발하고, 통일된 법체계 구성을 통한 강력한 법집행 의지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통일된 법집행을 통한 강한 갈등관리제도를 마련하는 기초로써 갈등관리에 관한 기본규범으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갈등조정기구의 운영실태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갈등사례들의 주요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주로 합의적‧협력적 행정작용인 비공식 행정작용들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통점들을 보이고 있다. 비공식적 행정작용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법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비공식적 행정작용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조직법적 차원에서 근거를 두고 있는 공식기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강제력은 없더라도 공신력 차원에서는 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68조 제1항에 근거 둔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지방자치법 제149조에 근거를 둔 지방자치단체중앙분쟁조정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지방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법 제4조에 근거를 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활용하여 조직법상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갈등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행정법적 방법에 대하여 검토해보자. 갈등해결을 위한 여러 접근방식 중 법률을 통한 방법은 개인들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정부간, 정부와 주민, 더 나아가 국제간의 갈등에서도 사용되어 왔다. 형식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관례와 같은 비공식적인 기제가 실패하면 사법제도가 공식적인 갈등해결 방안으로 활용되고, 이러한 경우 법이 갈등 당사자 간의 권리와 권한의 영역을 결정한다. 법률을 통한 해결방법으로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인 행정심판법에 의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법에 의한 행정소송인 사법적 방법을 통한 갈등해결 접근은 정부가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고, 정치적 결단보다 더 큰 결정력을 갖고 있으며, 또한 숙의 과정이 법관과 법률 전문가에 한정되지만 관료적 접근과 정치적 결단에 비해 더 철저한 숙의를 거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환경갈등 부분에 있어서는 사법적 해결 노력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모되고, 환경갈등 문제의 경우 환경피해의 대상과 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 불분명하다. 또한 사법적 해결을 통해서는 문제의 틀을 바꾸거나 갈등을 예방하는 등 사회역량의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히 소송이 갖는 대립적 성격으로 인해 갈등 당사자들이 호의적 관계를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하여 바람직한 갈등해결 방식은 아니다. 즉 갈등은 잠재울 수는 있으나, 사회적 통합이라는 대의달성에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갈등을 통해 발생한 권리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사후적 절차로서 사법적 해결방법보다는 미리 갈등을 예방하고 정책집행과정에서 무리 없이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예방적이고 참여적인 절차적 방법들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광역자치단체 내부에서 생긴 갈등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식적인 공론의 장인 지방의회에서 조례제정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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