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미투(mee too)운동의 여파가 정치권까지 몰아쳤다.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야누스 민낯이 공개되면서 충남은 물론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접한 충남도민은 날벼락을 맞은 듯 허탈감에 빠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심도 요동치는 중이다. 설마 그런 일이? 연일 시정에선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 건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발 빠르게 안희정을 제명시키고 진화에 나섰다. 그간에 안희정 마케팅으로 기세를 올리던 후보들도 망연자실한 상태다. 선거운동도 잠시 접어두고 심지어 후보사퇴까지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간 지방선거 후보들도 대거 민주당에서 탈당하는 일이 속출할 전망이다.

일부 후보들은 안희정에 기대했던 만큼, 안희정을 서둘러 버려야 하는 장고의 수 계산에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취약한 당 지지도 탓에 실낱같은 희망과 기대를 갖고 나선 자유한국당 후보들에겐 이 사건은 분명 호재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안희정 몰락의 파고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장담 못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안희정은 깔끔한 외모와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나름대로 전국적인 지지층을 갖고 있었다. 반면에, 도정수행 평가는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만 힘을 쏟다 보니, 도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혹평도 있다. 게다가 특강을 빌미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았다.

주변 참모들도 온통 캠프 출신이다 보니, 도지사 비서실도 캠프처럼 굴러간 모양이다. 게다가 도청 출입 기자들과 소통도 궁색하여, 기자들도 안희정과 통화연결이 어렵다고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기자들을 멀리하는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소통을 중시한다는 자신의 지론 및 이미지와 상반된 느낌이다.

도지사 수행비서는 하루종일 지사를 수행한다. 고된 직업이지만 윗분을 지근에서 모신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윗분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다. 도지사와 수행비서는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여성을 수행원으로 채용한 것 자체가 화근의 단초였을 것이다. 어쨌든 피해 여성의 언급에 따르면,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고 한다.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여간 걱정되는 일이 아니다.  

그의 잦은 특강은 구설수에 자주 올랐다. 지사가 툭하면 자리를 비우고 바깥으로, 심지어 해외로만 돌아다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담론을 펼치는 열강의 모습도 자주 보도되었다. 이전 운동권 출신이란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듯, 안희정은 상대에게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 태도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도지사가 허리를 숙여 도민을 대하니, 어느 도민이 싫어하겠는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에 안희정은 당내 대선 경선에서 유력한 주자로 떠올랐다. 충청 출신의 대선 주자를 갈망했던 충청인으로부터 희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렇기에 안희정의 몰락은 충청인에겐 엄청난 충격이다.

이완구 전 총리도 충청 출신 유력한 대선주자였지만, 비타500의 허구와 여론 악화 탓에 허무하게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면서 명예회복과 정치 재기를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젠 여야를 통틀어 충청 출신 대선주자로선 이 전 총리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치인의 삶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과 유사하다. 여차하면 담장 안으로 떨어져서 하루 아침에 죄인 취급받는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담장에서 떨어지면 더 고달픈 형국을 감내해야 한다. 유독 정치인에게만 도덕적 잣대가 엄중한 것은 어쩌면 스스로 감내해야 할 운명이다. 인간이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신만이 용서할 수 있다. 허나, 안희정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민망함과 안타까움만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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