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만들어 가는 건강한 공공병원으로 자리 잡아야' 

벧엘의 집 담당목사 원용철 
벧엘의 집 담당목사 원용철 

대전의료원 설립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적정성심사가 끝났다. 
이제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만 끝나면 본격 추진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노력한 결과다. 

따져보면 1992년 대전시의회에서 의료원 설립촉구 결의안이 채택된 지 29년만의 결과다.
대전시가 대전의료원설립을 발표한지 25년, 대전의료원설립추진운동본부가 시민운동을 시작한지 14년만이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됐을까. 그것은 공공병원 확충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도로와 건물 등 토목공사는 많은 예산이 할애돼 소요되고 있다.

이런 공사는 재정적자가 예상도 시민들의 편익을 내세워 수월하게 추진된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는 민간의료기관이 많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시가 설립하겠다고 발표한지 25년만에 성사됐다.
중앙정부의 행정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은 그만큼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었던 것을 반증한 것이다. 

대전시는 1996년 동구 가오동 425번지 일원 2만2768㎡를 의료용지로 지정했다.
이어 1999년 9월에는 동구 가오동 택지개발지구 내 종합의료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대전시 동구 가오동 택지개발지구 내에 310억 원으 투입, 지하1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립할 계획이었다. 

시립병원, 장애인재활병원, 보건소 등이 입주하는 대전보건의료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것이었다. 
보건의료센터에 들어서는 시립병원에는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의 기능을 갖춘 종합병원 급이다.
2001년,  2003년에 완공하겠다고 했던 것이 이제야 설립을 할 수 있게 중앙정부의 행정절차가 끝나가고 있다.

거기에다 제도적인 문제도 한몫 했다. 국가재정법 38조에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고지원 300억 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모든 국책사업이 경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경제성은 없지만 국민의 건강과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예타'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쉽지 않은 국책사업도 있다.

그래서 동법 38조에는 예외규정을 따로 두어 '예타' 면제사업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병원을 설립할 때도 '예타' 검토를 받도록 되어있으며 '예타' 검토 사항에서도 'B/C값' 즉 경제성 평가가 중요한 항목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신성한 의무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일에 국가 안보차원에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공병원 설립은 예비타당성 검토가 아닌 면제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공공병원 설립을 경제성이란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공공병원 설립을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됐고 공공병원 확충의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대전의료원도 올해 초 예타 면제사업으로 지정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KDI의 예타 중간평가 'B/C값'이 0.3에 불과해 추진이 불투명했었다.

다행히 대전의료원 설립은 잘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어떤 병원을 만들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행정편의주의로 흐른다면 그저 300 병상의 병원 하나 더 생기는 것에 불과다. 
이제 대전의료원이 어떤 병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추진해야 제대로 된 지방의료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동안 대전시는 시민사회와 한 마음이 되어 대전의료원 설립을 위해 힘써왔다. 
우선 대전의료원 추진과정을 보면 심의기구인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정방식, 위치, 규모 등 중요한 사항들을 시민사회와 숙고해 왔다. 

또한 민선 6기 대전시장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는 공약대로 자문이 아닌 심의기구로 추진위원회를 설치했었다. 
그 후 설립의 중요한 부분을 함께 논의하며 지금까지 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추진위원회가 사라져 버리고 집행부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사실 시민사회의 의견은 대부분 집행부서에는 잔소리쯤으로 들릴 수도 있다.
때로는 딴지를 거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실무적인 부분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손쉽고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비록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이고 고려해야 할 것이 있더라도 대전의료원이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열린 자세로 설립 과정부터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때 가능한 한 일이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되려면 시민참여가 관건이다. 
그래야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병원, 좋은 공공병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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