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고령화는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을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2016년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는 급격히 줄어든다. 206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의 49.7%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실질성장률을 급격히 떨어뜨려, 현재 3.6% 수준인 실질성장률이 2060년에는 0.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는 보건 및 의료 측면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 요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치매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한국생물공학회에 따르면, 노인인구는 2013년 613만 명에서 2024년 984만 명 수준으로 60% 가까이 증가한다. 하지만 치매환자는 같은 기간 57만 명에서 101만 명으로 무려 77% 가까이 증가한다. 이러한 수치는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노인 7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고령화는 국가재정 부분에서도 커다란 문제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년부양비는 2014년 26.5%에서 2040년에는 57.2%로 늘어나며, 고령화로 인한 연금과 복지 분야의 지출 증가는 국가재정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3년 국가채무는 국

내총생산(GDP) 대비 37.0%에서 2030년 58.0%, 2060년 168.9%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고령화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는 고령화가 전 지구적 문제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일본·독일·이탈리아가 노인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다른 국가에도 이어져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에 돌입한 국가가 무려 34개국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처럼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역시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곳은 우리나라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보고서 역시 “한국은 그 동안 가장 젊은 나라였지만, 향후 50년 이내 가장 늙은 나라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전망하

였다. UN 보고서 역시 우리나라가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후 불과 26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보다 10년 빨리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추세라 한다.

한국의 고령화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노인 인구의 비율이 7%에서 14%로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한국은 21년에 불과하여, 프랑스(1백30년), 미국(70년), 영국(50년), 일본(25년)에 비하여 훨씬 빠르다. 이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인구고령화에 대처해 온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준비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젊은 연령층의 도시 유출로 인해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고령 인구의 비율이나 노인 단독가구의 비율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셋째, 핵가족화와 경로효친사상의 퇴조로 인하여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이 약화되는 반면에 사회공공부문의 노인 부양부담이 증가되고 있다. 통계청이 실시한 생계부양자 조사에 따르면, 1994년에 비해 ‘부모가 스스로 해결’은 4.0% 늘어난 41.6%, C자녀가 해결해줌’은 3.9% 줄어든 58.2%로 나타났다. 넷째, 여자의 평균수명이 높은 등의 이유로 고령층에 갈수록 남자의 수에 비해서 여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기본적이면서 대표적인 원인은 신혼 및 기혼자들의 출산기피나 눈높이에 안 맞는 현실로 인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가정이나 세대, 그리고 자식과 분리·독립하여 살아가는 독거노인의 증가와 혼인 적령기에 해당하는 세대들이 경제적 사정이나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비혼또는 만혼을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비혼 및 만혼의 경우 주로 경제불황으로 인한 실업 및 실직률 증가, 재정난, 그리고 나만의 인생을 홀로이 즐기고 싶어하는 경우나 결혼할 생각 없이 홀로 살겠다는 이들의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물론 이들은 자연순리상 시간이 지나면 노년으로 접어들게 되고 이들이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고령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 없이 부부끼리 살아가고 싶다는 것도 원인에 포함된다. 부부들이야 좋을 만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부부들도 노년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이들도 미래에는 고령자 중 한 축에 자연히 포함된다. 이런 세대나 가정 등이 증가할수록 고령화사회에 빠르게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 또한 주된 원인인데, 수명만 늘어난 상태에서 평균 퇴직 연령 등은 거의 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바와 달리 저출산은 경제적 원인뿐만 아니라 인식 문제, 미래에 대한 관점 등 다양한 문제가 원인이 되고 대개 경제가 잘 나가던 시절에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한 가지를 해결한다고 쳐도 개선이 쉽지는 않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의 정부는 중상류층에 대한 적극적인 출산 장려보다는 저소득층의 무계획적 출산을 방치 혹은 권장하고 여기에 보조금을 적극 지급하여 기본 양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가고 있으며, 그래도 부족한 노동력은 이민으로 충당하고 있다. 1945년 고령화율이 7%를 넘어선 이래 이미 60년 가까이 고령화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은 이민의 유입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미국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인의 평균연령은 40세로 이탈리아(52세), 독일(47세)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젊은 미국의 파워는 향후 막대한 국가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적극적 해결책이 없어 개선이 미흡하더라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인구라는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및 사회를 위해서는 인구의 양적 확충과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인구의 양적인 확대'를 통한 노동력의 확충 방안으로는 출산장려, 여성 및 고령인력의 활용, 이민의 확대를, '인구의 질적인 향상'을 통한 생산성의 제고 방안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른 경제운용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들 수 있다.

고령사회대책의 중요한 축 중의 하나는 인력정책이다. 고령화된 인력구성을 가지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노동공급의 위축으로 귀결되지 않게 하려면 고령인력의 활용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연령차별금지의 입법화는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정책방향이다. 오직 연령을 이유로 정리해고 대상자나 명예퇴직 대상자가 되는 현상은 막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45세 퇴직이라는 실질퇴직연령 하락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뿐 아니라, 직무에 따라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승진․임금 등 인사와 연동시키는 합리적인 인사관리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향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 때 정년제는 연령차별금지법이 보호의 대상으로 하는 연령한계를 정하는 방식으로 당분간 유지해 갈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연령차별금지법은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 등을 염두에 두면서 지나치게 낮은 정년을 정할 수 없도록 유도해 나가는 제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정한 정년연령을 연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임금체계의 개선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기업 자신이 직무중심의 인사관리 원칙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동시에 연공급적인 임금체계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방식인 여러 가지 유형의 임금피크제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경쟁력이 있는 인력을 유치하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라는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인력의 수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품의 이동과 달리 인력의 이동은 단순하지 않다. 필요하다고 해서 당장 수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필요 없다고 해서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따라서 너무 늦기 전에 이민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아름다운 모자이크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인구의 질적 향상을 통한 생산성도 제고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주어진 인력을 가장 생산성 있는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운용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경제주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본적인 방안은 제공하는 서비스와 물품의 '고객 지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픈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책을 값싸게 제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제공하여야 한다. 서비스와 물품의 생산성 향상 지표도 공급자 시각에서 설정된 내부지표가 아니라 고객만족도라는 외부지표가 중요하다. 또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요자중심의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순수학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문의 실사구시를 추구하여야 한다.

또한 노인 의료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는 사후적인 치료와 더불어 사전적인 예방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건강 검진과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인 의료비 부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은 사회보장기능을 위한 공동 의료부담으로 적립시키고, 나머지 부분은 의료저축계좌에 적립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금신화에 대한 기대배반죄를 막아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파산이라는 시한폭탄을 지닌 채 너무 많은 승객을 싣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반면, 인구 고령화로 인한 고령자의 정치적 파워증대로 선진국에서는 고령연금의 삭감안을 지지하는 정치인은 실업자를 자처하는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이다. 연금제도를 공적연금으로 하자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시장 실패'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노후 등에 대한 대비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시장기구에 맡길 경우 개인 상호간의 위험분산이 극대화되지 못하고 적정한 소득보장과 공평한 소득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노후에 누구나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연금 민영화 주장은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정부실패'를 야기한다고 한다. 연금재정의 파탄 상황, 공적 연금 관리의 실패, 개인선택의 제약으로 인한 국민경제 역동성 저해가 정부실패의 예들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연금 개혁논의는 연금수급개시연령의 연장, 소득 대체율 인하를 통한 연금 급여 조정, 보험료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현행 연금구조 붕괴를 지연시키는 데 불과하다. 지속가능한 연금구조를 이루면서 효율성과 공평성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기본연금과 민영연금의 이중의 연금구조를 설계하여야 한다. 기본연금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노후에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의 연금지급을 원하는 국민은 민영연금을 통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많은 기간이 지나지 않은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민영화로의 전환비용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모두를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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