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 可人의 아침산책] 땅굴 속 풍경
[송세헌 - 可人의 아침산책] 땅굴 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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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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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시인의 눈은 어디까지 볼 수 있고

시인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시경을 하는 의사보다 눈매가 날카롭고

내시경을 하는 의사보다 더욱더 정교하게 기술하고

내시경을 하는 의사의 의도를 재빠르게 간파하고

내시경은 의사가 하는데 한 발 먼저 셀프 내시경을 끝내고 나온다.

 


<땅굴 속 풍경>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다 / 백수인

 

광부 복장을 한 외과의사가 헤드랜턴을 켜고 갱으로 들어간다   

양손가위 한 자루를 들고 주름투성이인 땅굴 안쪽을 살피기 시

작한다 일제 때 강제 징용당한 조선 사람들이 나고야 근방 야산

에 뚫었던 땅굴처럼 갱도의 안쪽 벽은 무수한 곡괭이 자국이 나

있다 일제는 그 곡괭이의 힘으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무기를

몰래 만들었지만 나는 나의 땅굴에 아무것도 감춘  적이 없다

 

광부는 깜깜한 땅굴 안을 요리조리 환히 비추며 안으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굽은 갱도의 어디쯤에서 광부는 무얼 발견했는

지 멈칫하더니 산삼을 캐듯, 송이를 따듯 날쎄게 무언가를 채취

한다 캐낸 자리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서둘러 갱밖으로 나온다

나도 모르게 감추어 놓은 그 무언가를 들킨 것 같다 그것이 광물

성인지 식물성인지 나는 모른다 단지 나는 땅굴 밖에서 그 광부

의 일거수일투족을 무심코 보고 있을 뿐이다 헤드랜턴이 꺼지자

막이 내리고 나의 갱도는 다시 역사 속에 묻힌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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