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출자전환 해법 제시…오펠 매각땐 고려안했다"

한국지엠(GM)이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GM본사와 계열사로부터 빌린 약 3조원의 차입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입금은 한국GM 사태의 근본 원인이자, 언제라도 철수를 촉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이 최소 1조7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GM이 제안한대로 주식으로의 '출자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GM은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GM이 출자전환을 미루면서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 동참을 기다릴 경우, 당장 차입금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오는 4월부터 정부·산은은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 23일 이사회서 7천억원 만기연장해도 4월 만기 1조원

22일 한국GM 감사보고서(2016년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GM의 총 차입금은 2조9천700억원 정도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만기를 계속 연장해 누적됐다.

이자율은 4.8~5.3% 수준으로, 국내 시중은행권보다 높아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국GM은 이자율이 산업은행 우선주에 대한 배당률(최고 연 7%)보다 낮기 때문에 합리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한국GM이 산은 보유 우선주를 사들이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만큼 오히려 이자비용을 줄였다는 주장이다.

만기를 연도별로 나눠보면 장부상으로는 지난해 말 이미 1조1천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왔다.

이 가운데 GM 본사는 4천억원 정도 회수하고 7천억원에 대한 만기를 이달 말까지 연장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한국GM 이사회에서 이 차입금의 만기가 다시 연장될지는 불투명하다. 연장의 조건으로 GM측이 '부평공장 담보'를 요청하고, 반대권을 가진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한다면 GM이 7천억원부터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당장 4월 1일부터 8일까지 무려 9천880억원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이달말로 만기가 연장된 7천억원까지 더해 올해 4월 전에 한국GM이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할 차입금 규모가 최소 1조7천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더구나 이 차입금 추정값은 2016년말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아직 2017년도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채무 규모가 아니다.

2017년 한국GM이 추가 차입을 했다면 부채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 차입금 처리 방향이 한국GM 사태의 '가늠자'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한국GM의 현안은 차입금 해결이다.

수차례 GM과 접촉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우리(국회)는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를 GM이 어떻게든 해소하지 않으면 연간 수천억원씩 이자가 나가기 때문에 장사를 하나 마나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GM이 2016년까지 4년간 GM본사와 관계사에 지급한 이자는 재무제표상 4천620억원에 이른다.

홍 위원장 등에 따르면 GM도 이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고 있고, 해법으로 채권을 주식 형태로 '출자전환'하겠다는 뜻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출자전환' 자구안이 "한국에 남아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M 관계자는 "채권의 출자전환은 사실상 빚을 탕감한다는 뜻으로, 글로벌 GM의 오펠 매각 사례 등과 비교해 매우 획기적인 제안"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GM은 과거 오펠의 경우 십여년간 해마다 큰 적자를 내자 출자전환 등 고려 없이 채무까지 얹어 매각해버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GM이 한국GM 차입금의 출자전환 과정에서 한국 정부나 산업은행에 내걸 조건이다.

일단 공식적으로 한국GM과 GM은 '27억달러 출자전환, 28억달러 추가투자'를 골자로 한국 정부에 자구안을 제시했을 뿐, 여전히 한국 정부나 산업은행에 구체적 지원 방안이나 금액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과 세제혜택 등도 포괄적이고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한국의 지원 방법일 뿐, GM이 못 박은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GM의 채무, 적자 등을 고려할 때 GM 입장에선 약 3조원을 출자 전환하면, 산업은행도 5천억원 이상의 추가 출자로 지분율(17%)을 유지하고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안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기대하는 게 사실이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잘 풀리지 않고 노조와의 임단협을 통한 비용절감에도 실패할 경우, GM의 한국 철수는 결국 '차입금 회수'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GM이 국회 방문 등을 통해 한국 잔류, 출자 전환 등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이후 GM의 차입금에 대한 결정을 지켜보면, 한국 정부와의 협의 상황이나 GM의 진의, 한국GM 사업장에 대한 최종 판단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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