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태 박사 / 뉴스티앤티

이번 동계올림픽의 진행과정에서 김여정이 방한하고 북한예술단의 모습을 보면서 감개무량함을 느꼈다. 그러나 글로벌 통합이 가속되며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추세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20세기 불행했던 과거로 일제 식민통치와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많은 나라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냉전지대로 남은 채 21세기를 맞게 된 우리나라의 불명예스러운 처지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소망이 있다면 가장 늦어졌기 때문에, 그동안 베트남도, 독일도, 예멘도 이루지 못한 평화통일․협상통일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 후 평화통일방안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있어왔지만, 아직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은 일관성 있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미래를 이끌어 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 통일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우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할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던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할 필요가 있나요?’ 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 라는 말도 안 되는 주제로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혹은 이산가족의 상봉 등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만을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의 감정적 동조에 의해 맹목적으로 통일을 외치고 진정한 통일한국이 다가왔을 때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우리는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국민으로서 통일의 근본적인 필요성과 통일직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통일해야 하는가? 우리가 20세기 이데올로기 대립의 최전방 전선에 자리하여 열강의 이해다툼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분단의 일차적 책임은 그런 중요한 지정학적 불리함을 알고도 민족 간의 통일된 담론과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우리에게 있었다. 하지만 이제 탈냉전 후 신(新)국제질서가 형성되며 열강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 되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우리의 통일을 위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통일이 되면 국토는 두 배 이상 넓어지고 (북한의 국토는 약 12만㎢로 남한의 국토 9만㎢ 보다 넓다), 통일 한국은 자원 부국이 될 것이며 (북한의 지하자원은 약 7천조 원 이상으로 남한의 22배가 넘는다) 안보위협도 없어지게 되어 매년 국가총생산 (GDP)의 6%나 쓰고 있는 국방비도 줄고 (이것을 보다 생산성 있는 부문으로 돌리면 GDP가 늘어나게 된다) 해외투자의 방해요인도 사라져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외투자(FDI)도 늘게 된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를 하나씩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한의 긴장완화로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 통일이 되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남과 북이 전쟁을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게 되어 소위 말하는 분단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의 재래무기를 정비해 연간 수조 원의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을 대비해서 쌓아 놓은 동원물자들이 많을 터인데 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들어가지 않아도 됨에 따라 남북 간 국방비 절감 효과도 크다. 또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의무적으로 2년 동안 군생활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의무 군생활이나 모병제에 의한 군생활을 하게 되므로 취업이나 학업을 병행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규모의 경제이론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2015년 현재 남한인구가 5148만2000여 명, 북한인구가 2485만1000여 명이다. 통일이 되면 인구가 7633만 3000여 명이 된다. 통일 후 인구수면 규모의 경제이론상 내수시장만으로도 이윤이 창출된다. 통일이 되면 낙후된 북한의 인프라를 정비해야 하므로 돈이 투자가 된다. 이 돈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인건비나 자재비용 등으로 투자되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된 재화의 재생산이 되고, 생산에 필요한 노동이 필요하며 이 노동임금은 다시 소비하게 되어 이른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남북한이 통일되면 그 경제통합의 시너지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셋째, 대륙을 잇는 물류통로가 확보된다.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핵심으로 만들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남한에서 생산한 물건과 수입한 물건이 철도를 통해 북으로 중국으로 몽고로 러시아로 연결될 수 있다. 통일한국의 열차가 파리, 로마, 런던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물류시스템이 갖춰지므로 국가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넷째, 북한 지하자원의 활용에 의한 경제활성화 효과가 엄청나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는 금 2000톤, 은 5000톤, 연 1060만 톤, 아연 2110만 톤, 석회석 1000억 톤, 철 50억 톤, 마그네사이트 60억 톤 등의 광물이 매장돼 있다.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1위다. 남한은 자원이 부족하고 국내 내수시장기반이 약해 소비 생산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어렵다. 북한의 광물자원과 남한의 인구가 합쳐진다면 기업에서는 할 일이 많아지고, 일자리는 늘어나 경제가 살아난다.

다섯째,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당당한 통일국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현실로 인해 발생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부정적 요소가 제거되고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간다.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실제 위협요소를 키우면 국외의 투자자들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국가 브랜드 역시 추락할 수 있다. 통일이 되면 이러한 불안한 상황이 없어지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여섯째,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산가족의 만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민족과 국토의 분단에 따라 고향에 갈 수 없고, 부모와 형제도 만날 볼 수 없는 현실에서 민족적 비원을 풀기 위해서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 못 가는 것과 안 가는 것은 다르다. 살아있는데도 볼 수 없는 아픔을 없애야 한다. 얼마나 많은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가? 이산가족의 만남을 위해서도 통일은 필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통일직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 역시 시급하다. 가장 큰 문제는 어마어마한 통일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있다.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약 40%는 통일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으며 통일비용으로 인해 국가경제의 침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게 되면서 전후세대에서 전쟁이 생소한 청년층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일의 당위성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화합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는 약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통일로 인해 절감되는 군사비용과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게 될 대북지원비용을 합친다면 이는 충분히 통일비용으로 충당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경제력 차이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국가예산을 복지문제에 쏟는다면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남한의 경제력이 모두 북한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된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투자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 더 큰 파급효과를 일으켜 국익에 보탬이 될 것이다.

한편, 억압된 환경에서 이제 막 벗어나 자유로운 민주주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 역시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재교육을 통한 의식개선으로 충분히 변화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사상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유를 갈망했던 탈북자들은 이미 자신들의 이념을 바꿀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남한에서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국민들에게 재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의식변화의 여지를 준다면 부적응자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 이는 적화통일이 아닌 흡수통일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만 시행가능하다.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하다면 대표적으로 독일을 들 수 있다. 물론, 공산주의였던 동독과 북한은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다. 두 나라 모두 공산국가지만 동독은 이미 통일 전부터 북한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동독은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허용하여 자본주의문화와 친숙한 개방적인 공산국가였지만 북한은 완전히 단절되어 국가의 수령을 찬양하도록 세뇌시킨 독재군주제 국가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독일통일은 두 체제의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통일 역시 두 민족의 통일이 아닌 두 체제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독일통일사례를 보면, 서독은 동독의 경제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고 서독의 경제력을 과신하여 안일한 판단을 하는 등 성급한 흡수 통일을 단행하였다. 이는 곧 체제변화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고 구체적인 통일대비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마치 실질적 대안을 세우지 않은 채 통일이 이루어져야한다는 주장에 맹목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독일통일은 이상적인 목표만이 아닌 실현가능한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한국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 남한은 조금 더 나은 경제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북한을 일방적인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의 압박으로 인해 통일의 당위성을 점점 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실, 어쩔 수 없이 갈라져있던 한민족이 다시 화합하는 데 있어 별다른 이유가 필요치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동체의식을 기반으로 한 통일의 당위성을 잊어선 안 된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통일한국을 맞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마련과 의식개선이 현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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