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평창은 어수선하다. 우리 국민은 평창의 성공을 기원한다. 허나, 개막 이전에 쏟아지는 각종 소식은 우울하다. 얼마 전에 젊은 랩퍼가수가 “평창 유감”이란 곡을 유튜브에 올렸다. 가사에 저급한 언사와 분노가 배어있지만, 조회수 12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가사를 살펴보면 조목조목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당사자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과 논리도 탁월하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풀려났다. 출소 직후 평창 유치에 온 힘을 쏟았던 이건희 회장을 찾았다. 부자가 느낀 소회가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젊은 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일팀 구성과 남북대화에 막연한 희망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개막 전날에 대대적인 군 열병식을 개최하는 북한엔 일언반구도 못하고 있다. 툭하면 일방적인 통보(?)로 행사 진행 방법도 바꾸는 북한이다.

국회도 시끄럽다. 올림픽 이후 한미공동군사훈련 개최여부에 관한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국무총리는 “잘 아시면서...” 확답을 피해갔다. 답답하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다만, 큰 틀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전략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판문점, 파주에 이어 이번엔 예정에 없던 만경봉호를 보낸단다. 육해공 통로가 꽉 막힌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허물어보려는 의도다. 그만큼 북한도 다급하고 궁색한 처지다.

전직 두 대통령도 적폐의 사정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일 검찰수사와 적폐청산 건만 보도의 주를 이룬다. 그런 검찰 내에서도 사달이 났다. 이른바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으로 미투(me too)의 여파가 확산 중이다. 검찰은 이래저래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검찰의 위신과 신뢰가 추락한 것은 물론이다. 검찰 조직문화의 내부사정으로 치부하기엔 사태가 심각하다.

이재용 건을 다룬 판사는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다. 자기들 입맛에 안 맞으면 몰아치는 여론몰이의 여세가 드세다. 필자는 이완구 전 총리의 재판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재판과정을 직접 지켜보면, 바깥에서 보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증거채택과 증언 등 법정에선 구체적으로 하나하나씩 풀어나간다. 진실을 위해 검찰과 피고 그리고 판사들이 치열하게 다툰다. 그런 과정을 잘 모르면서 결과만 갖고 여론조성에 열을 올리니 이 나라의 사법부와 검찰의 앞날이 걱정된다.

이 전 총리의 경우, 1심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타500 때문에 진실이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심리과정에서 비타500은 사라졌다. 거짓이었다. 이를 보도한 매체는 언론상까지 받았다.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에도 관련 매체와 검찰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 전 총리는 1심에서 여론을 의식한 판단으로 유죄. 2심은 여론을 희석한 채 법리에 충실한 판단으로 무죄. 매체의 허구적 보도와 진영논리에 맞춘 맹목적인 여론의 확산. 홍위병 시대도 아닌 데 법이 이렇게 휘둘리면 되겠는가. 이재용 건을 지켜보면서 여론재판이 떠오르니 참 유감스럽다. 재판에 진영논리를 앞세운 여론이 수반되면 진실은 가려진다.

남북대화는 물론 올림픽 같은 국가의 대사를 치를 때,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여야 국회의원들이라도 자주 대화와 토론을 가져야 한다. 연신 상대를 공격하거나 폄하하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선 국정운영의 매끄러움과 여야의 합심 된 모습을 기대한다. 국가가 품격과 자존심을 챙겨야 국민의 기운도 살아난다. 유독 북한에게만 굴종적인 모습이 참 안타깝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딱한 처지인 민초의 입장에선 “평창 유감”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평창 유감의 한 대목. “대체 왜 북한한테 쩔쩔맵니까? 대체 왜 북한이 더 당당합니까? 우리 국민의 땀보다 북한 선수가 더 중요해? 그딴 식의 굴욕이 평화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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