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뉴스티앤티

남북한은 국기와 국호를 달리 사용한다. 남한은 국기인 태극기를 북한은 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한다. 사회주의는 봉건체제의 붕괴를 필연시한다. 그런데도 북한은 봉건체제의 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한다. 남북한이 국기와 국호를 공평(?)하게 나눠가진 격이다. 남북 단일팀의 상징, 한반도기가 등장한 것은 스포츠게임에서다. 스포츠도 국력이다. 협상력도 국력이다. 스포츠는 물론 상대를 다루는 협상력은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자긍심과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펼쳐진 남북한 간의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북한이 평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막연하게 겨울올림픽으로 호칭하고, 현송월의 방문과 과유불급을 잊은 정부의 극빈대접. 마식령으로 건너 간 우리측 점검단의 소식도 전무하다. 그 와중에 말도 많은 아이스하키 북한 여자팀의 합류. 그리고 태권도와 응원단 등을 점검하는 북한 인사 방문 등. 연일 매스컴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와 보도는 자연스럽게 물밑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대내외적인 정황도 시원치 않다. 한미 군사훈련도 미룬 채 북한맞이에 나섰던 정부다. 그러나 북한은 올림픽 개막 전 날에 대대적인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창군을 빌미로 준비하는 열병식 행사에 화성13형을 선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액체가 아닌 고체연료를 탑재하는 화성 13형이 등장하면, 한반도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을 것이다. 잔치 때 마다 재를 뿌려왔던 북한의 못된 행태가 다시 도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북한을 상대로 항의성 언급조차 아끼고 있다. 그저 북한 눈치보기에 다름아니다.

삼세번의 고전 끝에 투자와 땀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평창동계올림픽.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회장은 엄청난 고생을 했다. 유치 결정 시에 눈물까지 쏟아냈다. 정작에 이 회장은 생사를 다투고 있고, 그 아들은 영어의 몸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평창올림픽 경사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없는 처지다. 고생한 사람 따로 있는 법일까. 젊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분루를 삼켜야 했다. 북한 선수의 투입만큼 우리 선수의 희생이 수반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처지를 몰랐을까. 무조건 이해해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설득력과 행동방침을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예술단 현장점검도 방문 하루 전에 취소. 통일부가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북은 그냥 다시 온다고 일방적 통보. 이러니 남북협상은 쌍방간의 체면과 국가적 예법도 모르는 대화의 장이 되어버렸다. 한번 무너진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 훼손은 정부가 적극 나선다고 해도 다시 세우기 어렵다. 북한은 “정세 악화로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최지 평창도 언급하지 않고 겨울철 올림픽? 정세 악화의 주범이 누군가? 구원의 손길? 자존심 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부선전용 멘트라지만 듣기에도 거북하고 화가 난다.

상황이 이러하니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가 뚝 떨어졌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더니 이번 남북협상 이후에 급락하는 추세다. 50%대로 하락한 지지도의 상승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우리 국민은 현명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우리가 백번 양보하더라도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끌겠다는 막연한 욕심만 앞선 탓이다. 협상 초 부터 철저한 준비도 없이 무조건 남북이 함께 하겠다는 카드만을 염두에 두었으니, 진행상황이 엉키고 꼬인 것이다. 반세기 동안 북한을 상대하면서 비축된 협상전략과 전술의 경험은 다 어디갔는가. 아직도 상대의 속셈을 그리 모르는가. 항상 당하기만 하니 참 답답하다.

열병식과 금강산 예술행사 그리고 마식령 공동 훈련 등은 김정은의 치적 선전과 맞물려 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북한의 체제선전과 협상전술에 휘말렸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겉으론 평화로 포장되어있지만, 위장평화로 끝날 것이라는 예단도 나오고 있다. 평창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과 관심도 식어가는 중이다. 평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냐는 일각의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고, 평창에 대한 기대보단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테니스 붐을 몰고 온 정현 선수는 강한 상대에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정부가 정현선수에게 열광하는 국민의 심경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평창올림픽의 성공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지 북한을 억지로 끌어들인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을 상대로 따스한 손님맞이도 좋지만 좀 더 당당하게 나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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