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제공

강가에는 가을물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억새들은 조용히 안개 속에 머리를 감고 있었고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왜가리들의 울음소리가 강을 건너온다.

코스모스와 백일홍의 길다란 화단이 

강을 따라 꽃띠를 이루었다.

헛헛하게 떠나려던 가을이 잠시 여기 나룻터에서 멈춰

대지를 품 넓게 허그 하고 있다.

부서지는 햇살 아래 코스모스의 이슬 목걸이는 빛나고

아직도 꿀을 찾는 벌들과 나비가 날고 있다.

 

옛날 야생의 둔치는 어떻게 이렇게 잘? 정비되었는가?

직선화 되고 편평화 되고, 강물보다 고루 높아진 둔치엔

코스모스는 키가 더 작은 형으로,

백일홍은 키가 더 큰 종으로 개량되었고

꽃은 보다 더 크고 진한 색으로 변종되어 있었다.

내 18번이 "굼 꾸는 백마강"인 적이 있었다.

새벽 안개 속에 여기가 부여인지도 모를 지경인데

나도 백마강도 옛날을 꿈 꾸는가?

안개 속에 쭉쭉 뻗은 미류나무 아래

백마강은 토라진듯 말 없이 평평하게 직선으로만 훌러 가고 있는데

구드레 나룻터가 굿뜨레 상표로 변한 것처럼

참 많은 것이 흘러가고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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