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정년 3년 연장·임금 4.7% 인상·단체협약에 법정 공휴일 유급휴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며, 대전지역 시내버스 업체 13개 社(사) 중 10개 社(사)가 참여한 가운데, 대전 시내버스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7년 6월 이후 14년 만에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올 스톱’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초래할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파업 12시간 만에 노사 양측의 극적 합의로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화되면서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극적 합의로 파업 장기화라는 급한 불은 끈 상황이지만, 향후에도 이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 될 경우를 대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됐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난 2005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대전시는 매년 1천억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향상과 대중교통 수요 증가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으나, 대전시의 지속적인 재정부담 증가와 버스운영 효율성 저하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또한 시내버스의 서비스 개선 및 편의성 증대라는 측면에서는 투입된 혈세만큼 시민들의 눈높이에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노사 양측의 극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은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대전시의 혈세 투입이라는 안이한 결정을 통해 노사 양측의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시민들은 6년째 동결되었던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이후에도 대전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 카드를 들고 나왔을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4년 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한지 2년 만인 지난 2007년 6월 대전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자 민선 4기 시장에 취임한지 1년 밖에 안 된 당시 박성효 시장은 즉각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교통약자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선량한 시민의 발을 담보로 하여 부당한 주장을 집단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켜나가겠다”고 천명한 후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도입을 통해 강화된 운수종사원들의 복지혜택과 대전시의 혈세 투입 내용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시민의 발을 담보로 한 부당한 주장‘이라는 대원칙 아래 전세버스와 공무원을 대거 투입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시내버스파업 장기화에 대비하여 TF팀을 구성하는 등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대전시의 일관된 원칙을 관철시키고, 비록 시민들은 11일 동안 불편을 겪었지만, 협상 타결의 功(공)을 시민들에게 돌린 바 있다.

아쉬운 점은 유성구청장 8년과 대전시장 4년차에 접어든 허태정 시장에게서 박 전 시장과 같은 ‘행정철학‘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 시장은 지난달 28일 시정브리핑을 통해 공공교통 통합플랫폼 ‘대전형 MasS’ 구축과 대전교통공사 설립 추진을 골자로 하는 ‘공공교통 혁신전략’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허 시장의 ‘장밋빛 청사진’ 제시보다는 이번 시내버스 파업 해결 등에 있어서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단호하게 천명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행정력 부재‘라는 비판에 시달리며 취임 이후 전국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허 시장이 제일 먼저 정립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행정철학‘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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