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천 변호사(신한금융투자) / 뉴스티앤티

가장납입은 주금을 실질적으로 납입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납입한 것처럼 가장하여 설립등기 또는 증자등기를 마친 것이다. 가장납입은 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이용된다.

가장납입은 회사의 자본충실이라는 상법의 근본원칙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데, 문제는 가장납입에 따른 주식발행의 효력과 가장납입에 관여한 회사 이사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다. 이는 가장납입의 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장납입의 유형은 형식적으로도 주금 납입이 인정되지 않는 통모가장납입, 회사자금을 이용한 가장납입, 위조 가장납입과 형식적으로는 주금 납입이 인정되는 위장납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형식적으로도 주금 납입이 인정되지 않는 가장납입부터 살펴본다.

통모가장납입은 회사, 주주 및 금융기관이 통모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차입금 변제 시까지는 납입된 주금을 인출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금납입증명서를 발행한 금융기관은 주금납입증명서에 기재된 납입금액에 대해서 납입이 부실하거나 그 금액의 반환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는 상법 규정과 가장납입으로 금융기관이나 그 직원이 얻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제 금융기관이 통모가장납입에 가담한 사례는 거의 없다.

회사 자금을 이용한 가장납입은 신주발행 시 회사가 회수할 의사 없이 제3자에게 납입자금을 빌려주어 주금을 납입하도록 하는 경우이고, 위조 가장납입은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주금납입증명서를 위조하여 설립등기나 증자등기를 신청하는 경우다.

형식적으로 주금 납입이 인정되는 위장납입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장납입의 형태로서 ‘일시 차입금을 이용한 가장납입’이라고도 한다. 위장납입은 발기인이나 주주가 될 자가 제3자, 주로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등기를 마친 후 즉시 인출하여 차입금 변제 등에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법원은 제3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등기를 마친 후 즉시 인출하였다 하더라도 그 금액을 회사를 위해 사용하였다면 위장납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납입은 회사설립이나 신주발행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회사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회사설립이나 신주발행이 유효한지 논란이 되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통모가장납입, 회사 자금을 이용한 가장납입, 위조 가장납입은 형식적으로도 주금이 납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신주발행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주금 납입이 인정되는 위장납입은 형식을 중시하여 신주발행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실질을 중시하여 신주발행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법원은 차입금으로 주금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회사 설립이나 증자 후 곧바로 납입금을 인출하여 차입금을 변제한 위장납입 사건에서, 현실적 금원의 이동이 발생하였고, 발기인이나 이사들이 실질적인 자본금 증가를 의도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는 발기인, 이사들의 주관적 의사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일관되게 주금 납입과 신주발행의 유효성 인정하고 있다.

이제 가장납입 관여자의 형사책임을 살펴 볼 차례다. 가장납입 관여자에게 상법상 가장납입죄, 형법상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 업무상횡령죄, 업무상배임죄 등이 성립하는지 문제된다.

 

① 상법상 납입가장죄

상법은 회사의 발기인, 업무집행사원, 이사, 집행임원, 감사위원회 위원, 감사, 직무대행자, 지배인, 기타 회사 영업에 관한 사용인이 납입가장 행위를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납입가장 행위에 응하거나 납입가장을 중개한 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

법원은 형식적으로 주금 납입이 인정되는 위장납입 사건에서 “위장납입은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다만, 형식적으로도 주금 납입이 인정되지 않는 통모가장납입, 회사 자금을 이용한 가장납입, 위조 가장납입은 신주발행의 효력이 없어 자본충실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납입 관여자에게 상법상 납입가장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② 형법상 공정증서원본실기재죄

형법은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예 : 전자등기부등본)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통모가장납입, 회사 자금을 이용한 가장납입, 위조 가장납입을 원인으로 하는 등기신청은 무효인 가장납입에 따른 허위 신고이므로 가장납입과 그에 따른 등기신청을 주도한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가 성립한다.

한편, 법원은 위장납입 사건에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주식인수인에 의한 납입이 완료된 것처럼 등기공무원에 대하여 허위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법인등기부원본에 기재를 하게끔 하였다면 이는 상법상 등기사항인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의 총액에 부실사실을 기재한 것이 된다”고 하여 위장납입을 주도한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위장납입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하면서 위장납입을 원인으로 하는 등기를 부실등기라고 판단하는 법원의 태도는 모순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③ 형법상 업무상횡령죄, 업무상배임죄

형법은 업무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업무상횡령죄), 또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업무상배임죄)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법원은 형식적으로 주금 납입이 인정되는 위장납입 사건에서 ‘위장납입으로 회사의 자본금이 실질적으로 증가되지 아니하였으므로 납입된 금원을 바로 차입금 변제에 사용하였다고 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위장납입을 주도한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업무상 횡령죄는 물론 업무상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위장납입의 효력을 유효로 간주하면서 위장납입으로 회사의 자본금에 변동이 없다고 전제하는 법원의 태도는 모순이라는 비판이 있다.

한편, 법원의 논리에 따른다면 형식적으로도 주금 납입이 인정되지 않는 통모가장납입, 회사 자금을 이용한 가장납입, 위조 가장납입은 회사 자본금을 증가시키지 못하였으므로 가장으로 납입된 금원을 임의로 소비한 회사 대표이사를 업무상 횡령죄나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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