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 제공
송세헌 제공

회색도시의 소음을 뒤로 하고
푸른 숲에 싸인 동네, 마당 있는 집.
허겁너겁 달려와 마루 끝에 걸터 앉으면
그 동안 짊어지고 있던 짐을 다 부려놓은 듯,
묶은 때를 다 씻어낸듯,
척추가 곧게 제 자리를 잡고,
가슴은 설탕수박같은 노을에 포근히 잠긴다.
코로나로 여행도 어렵고 캠핑도 눈치 봐야하는
언택트 시대,
직업상 귀촌할 수 없는 현대인의 절충안인 이중생활이다.
현대인은 도시에 위리안치 되어 산다.

마루에 앉아
빈 바지랑대를 축으로
원을 그리고 있는 연잎 마당을 바라보면서
텅빈 휴식의 시간을 찾을 수 있고,
미처 닫지 않고 들어온 열린 대문을 보면
그 동안 무엇을 찾고 살았으며
앞으로 무엇이 저 대문을 통해 내게 다가올까
뭉게뭉게 사유의 고리들이 끝 모르게 일어날 것이다.
웬지 모르게 내일 아침해가 뜨면
분명 새로운 날이 밝아올 것만 같다.
이렇게 가슴 뛰고 설레어 본 지가 언제였던가?

낡아가던 내 몸을
촌동네 낡고 작은 집이 외할머니같은 위로를 건네다니!
태양을 가려주던 모자의 채양같이,
적당히 시야를 가려주는 처마의 고마움이라니!
만약 비가 온다면 나무 마루에 누워 눈을 감고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리라.
생각없는 생각,
하루 종일 멍 때리리라......

- 아, 또 꿈이었다!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송세헌 옥천중앙의원 원장, 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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