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고요 / 김선우마른 잎사귀에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 후두둑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 멍석 위에 나란히 잠든 반들거리는 몸 위로 살짝살짝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먼길 날아온 늦은 잠자리 채머리 떠는 소리 멧돌 속에서 껍질 타지며 가슴 동당거리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고운 뼛가루 저희끼리 소근대며 어루만져주는 소리 보드랍고 찰진 것들 물 속에 가라앉으며 안녕 안녕 가벼운 것들에게 이별 인사하는 소리 아궁이 불 위에서 가슴이 확 열리며 저희끼리 다시 엉기는 소리 식어가며 단단해지며 서로 핥아주는 소리도마 위에 다갈빛 도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세종 이전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대전시민들에게 중기부 산하의 최대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세종으로 이전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세종 이전설에 대해 정치권이 일치단결하여 대전 존치를 위한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전에서의 주요 화두는 대전열병합발전의 복합화력발전소(LNG) 증설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대전열병합발전 LNG발전 증설 반대투쟁위원회가 지난달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약 500여 명의
며칠 비가 오자금구천 물이 불었다.숱하게 자란 풀숲 사이로냇물 소리가 두런거린다.돌아온 제비는 문방구 벽에 집을 짓더니냇물을 따라 소리없이 날며 날쎈 먹이질로 바쁘다.비바람에 추억의 감꽃이 떨어져 있고담장 아래 분홍 넝쿨장미잎이 환하게 떨어져 있는 아침,줄지어 우거진 노란 창포들.머리를 감는듯 나르시스적 반영이 이쁘다.
우리는 흔히 망나니를 칼잡이라고 부른다.그러나 망나니의 칼끝은 상대를 오랏줄로 묶어 논 상태에서 칼질을 하기에 칼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자도 망나니의 칼질은 할 수가 있는 것이다.필자가 말하는 칼잡이는 이순신 장군이나 을지문덕, 연개소문 장군처럼 적군을 향해 휘두르는 칼질이 아니라, 아군이되 이적행위나 자신의 이권에 눈이 멀어 나라에 해악을 끼친 자들을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자를 말한다.우리나라에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자는 헌법상 대권을 거머쥔 자라야만이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보장돼 있다. 그동안 좌파에서는 이런저런 죄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끝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어쩌면 현재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살상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4월말 기준 1억 명을 훨씬 넘겼다.사망자가 3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이정도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대재앙임은 분명하다.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인도차이나반도 미얀마에서는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화를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참한 폭력으로
갈등의 소지 없이등나무의 소리 없는 승리였다.소나무와 상수리나무를 올라탄 등나무가해마다 야금야금 숲을 덮더니이제 그 나무들의 목말을 타고 올라꼭대기에서 연보라색 꽃등을 떠뜨렸다.마치 운동회 때 박터뜨리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나무들은 죄 짓고 머리채를 잡힌 형상으로어깨와 고개를 숙이고 숨 죽어 있다.어느 곳은 칡덩굴이 해가 갈수록 철쭉군락을덮어 철쭉의 자취를 없엔 곳도 있다.힘으로 남의 등을 타고 올라만세를 부르는 것 같아보기가 민망하다.(그런데 칡이 나무가 아니면 등나무는 나무인가 아닌가?)
'바람과 깃발, 마음’ 어느 것이 움직이는 것일까?서기 767년, 셈하자면 1,254년 전 중국 광저우의 법성사法性寺- 주지 인종印宗스님이 법회를 열고 있었다. 법대에서 제자와 불자들에게 설법하는 중 일순간 바람이 세차게 일었다. 대웅전 처마 끝 쇠붕어가 요란스럽고, 경내 보살들이 아이들을 감싸 안고, 아름드리나무 가지와 잎새들이 출렁거리고, 범종을 치는 육중한 당목이 흔들거렸다. 잠시 강론이 중단된 가운데 두 스님의 설왕설래 설전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 당간의 깃발을 보고 벌어진 일이다. 사찰 초입의 철당간 지주에 높게 내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불교의 최대 행사인 이 날엔 등불을 달아 불꽃바다를 이루는 등놀이가 옛부터 행해져 왔다고 한다.보시布施란 다른 이에게 자비의 마음으로 베푼다는 말이다.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는 말이 좋다.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베풀었다.’라는 자만심 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베풀어주는 것을 뜻한다.이 말은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성경의 구절과 같고,초아 超我의 봉사(Service above Self)를 모토로 하는 국제로타리 클럽의 봉사정신과도 일치한다.또, 가진 것이 없이 봉
'대선' 정국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 논란이 많았다.대통령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구하며 강행을 시도했다.임명을 앞둔 세 명의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이 많은 데도 철회하질 않았다.이들은 국비 지원 해외 출장 가족 동반, 논문 표절, 위장전입, 세금 체납, 미국 국적 자녀에 국내 의료비 혜택이 도마에 올랐다.또 영국 도자기 천여 점 밀반입과 불법 판매, 수억 원의 특별분양 아파트 매매 차익, 자녀의 실업급여 불법 수령이 집중 거론됐다.관행이라도 이 정도면 장관 후보자로서 함량
백년 / 문태준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 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백년이라는 글씨저 백년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람은 누구였을까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 뜨겁게 껴안자던 백년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백년이라는 말강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 동의안이 지난 13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6명 중 찬성 168명·반대 5명·무효 2명·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외유성 출장 논란·논문 내조 등으로 ‘여자 조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부인의 절도죄 논란이 있는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의 장관급 인사들을 무려 31명이나 야당의
주말에 시작한 비가오늘 아침까지 내린다.식장산이 발밑까지 구름에 덮여 있다.말 잘 듣는 아이처럼 단비를 맞고 있는 숲이 참 착하다.이제 푸른 그림자는 넓고 깊어질 것이고숲길은 검고 어두워질 것이다.아카시 꽃과 이팝꽃이 지고 있다.그 아스팔트 앞자락이 환하다.이팝나무 아래 보도 블럭에 이쁜 색깔의 버섯도 피었다.잘 익어가는 홍시 같다.빛이 있으면 어둠도 깊은 법,모두가 자라는 상쾌한 5월의 아침이다.새들이 새벽부터 빗 속에서 휘파람을 분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코로나 판데믹은 이제 일상이 됐다.지난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 급성폐렴으로 알려질 때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예상을 못했다.지금처럼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발생 초기 원인불명 급성폐렴증상이라고 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으로 드러났다.세계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을 경험했기에 금방 수그러들 줄 알았다.그런데 코로나19는 예상을 뒤엎고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하게 번져 나갔다.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21세기
성주 참외,보은 대추,상주 곶감,어딜 가도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지방특산품이다.벌써가 아니라 이미성추 참외가 길거리 트럭에서도,아파트 입구 좌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그 노란 색깔이 올해의 색으로 지정된일루미네이팅 옐로다.노란색 중에서도 밝게 빛나는 따뜻한 색이일루미네이팅 옐로 Illuminating Yellow란다.밝고, 따뜻하며 생기발랄하여 기쁨과 행복의 색깔이란다.창조적이고 긍정적이어서 두뇌활동을 자극한다고도 한다.또한 황금을 뜻하는 색으로 재물을 불러온다니참외를 먹기 전에 오래 보고,잘 쓰다듬은 후에 깎아 먹어야겠다.석양에
옥천의 대청호향수오백리길,화창한 호수의 바람에 환호하다은방울꽃을 발견하곤 가슴이 뛰었다.숲 속 여기저기에 순결한 은종이 조르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야생의 은방울꽃이 자그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여기가 스머프의 마을인가?모여 있으니 부케로 쓴 이유를 알겠다.그러나 꽃이 피기 전엔명이나물, 산마늘과 혼동하여 채취할 수 있는 독초라고 한다.어쩜 은종을 저리도 이쁘게 빚어 놓았냐?은방울꽃:-꽃말: 행복이 돌아옴, 희망, 섬세함, 순애.제비꽃이 피고 나면 완연한 봄이 된다.이때부터 장미가 피기 전에 피는 은방울꽃은흔히 '5월에 피는
어제 오일장에 나온 닭과 병아리다.뜬장의 케이지에 어미닭과 병아리 11마리가 나왔다.통통한 어미닭은 그 좁은 케이지 안에서도병아리들에게 먹이를 가르켜 주는지 분주하다.몸도 운신하기 힘든데.....쟤들은 어버이날을 알까?누가 저 닭과 병아리를 닭장수에게 팔았을까?조금만 더 키우면 값도 더 후히게 받을텐데!개나리는 졌어도땅이 있다면 사다 기르고 싶었다.요즘 저 계만도 못한 엄마들이 지상을 달군다.그릇 안에 있는 것은 달걀이 아니라골프공이었다.닭장수의 디스플레이 기지가 놀랍다.
올해로 스승의 날이 40회를 맞는다.5월은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족행사가 많은 달이다이렇듯 가정의 달로 사랑과 감사가 넘치고 마음이 훈훈하고 행복해지는 오월 한 달이다.그러나 올해도 코로나19로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기념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스승의 날은 1964년에 청소년 적십자단체에서 스승의 은혜를 기리자는 뜻에서 비롯됐다.이런 행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날을 기념하게 되었다.스승의 날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탄신 5월15일을 기념일로 정했다고 한다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뇌성마비 중증 지체·장애인 마흔두 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 식사 중이다.떠먹여 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0%·$&*%oㅒ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그녀는 더
하얀이팝꽃이 피고찔레꽃이 피고산딸나무꽃이 피고아카시아꽃이 만발이다.아침 마달령 아카시아 숲에선노란 꿀향이 흐른다. 그런데강자가 나타났다.벌써 넝쿨장미가 기마전으로빠알갛게 담장을 점령했다. 봄에서 여름을 넘고 있다는꽃의 선언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포퓰리즘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정책을 경쟁하듯 남발하고 있다.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일 경기도청에서 개최된 경기교육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고졸 취업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대학에 안 가는 대신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으며, 이 지사와 당내 경선을 펼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이에 뒤질세라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이낙연 TV’에서 “사병으로 징집된 남성들에겐 제대할 때 가능하다면, 3000만원 사회출발자금을 장만해 드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