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자신의 나이 속도로 흐른다고 한다.젊었을 때는 이해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가 싶다. 어느덧 어우렁더우렁 살아갈 나이가 된 탓이다.남들처럼 나 또한 별수 없는 삶이니 그렇게 살면 될 일이다.그런데, 나는 별것 없는 삶에 물음을 던졌다. 아니 던져졌다. 나이 이순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내 삶에 대해 '왜'라는 질문과 함께 멈췄다.정지다. 더 나아가지 않았다. 답을 얻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멈췄다.나는 누구인가. 왜 지금 이런 모습으로 여기 있는가. 대체
오늘은 6.25 전쟁 71주년이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간첩을 잡다 먼저 세상과 작별한 동료들의 비석을 닦으며 그들을 추모하곤 한다. 그 일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최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출신 전직 요원들이 새 원훈석 글씨체로 일명 ‘신영복체’를 채택한 것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며, 21일부터 국정원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간첩 잡는 일에 평생을 바친 전직 국정원 요원들이 오죽했으면 릴레이 시위에 나섰을까? 이들은 평생 국가
동 터오는 안개 속에서두 팔 벌려 일출을 맞는 저 심정은안데스 산맥의 콘돌이거나록키 산맥의 흰머리 독수리이거나히말라야의 검독수리이거나설산에서 밝아오는 태양의 빛에 오체투지하는신성한 기도일 것이다.고래 닮은 저수지정찬리 저수지에서Breakfast를 끝냈는지민물 가마우지 한 마리가 새벽 일광욕을 하고 있다.유럽 어느 귀족 가문의 문장인듯웅혼하고 기품 있는 부동자세이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유월이다.뜨거운 한나절, 바람도 없다.살구와 버찌와 보리수가 길가에 무심히 떨어져 있고호두알은 탁구공만하게 컸으며,감나무 밑에는 감또개가 별처럼 수북하다.모두 밭에 나가 주인 없는 빈 집,대문 옆에는 화사한 진홍의 큰 꽃을 달고 접시꽃이 근위병인냥 서 있다골짜기엔 벼가 빼곡히 심어져 푸르고,감자를 캔 옆 밭엔 고구마가 자란다.농부들은 (사실 農老들은) 감자 캐기, 마늘 캐기, 들깨 심기, 풀약하기 등으로어깨와 목과 등이 日光화상(sun burn)으로 타들어간다.근사한 개인주택과 밥그릇을 지닌 백구가 누워 있다 짖
색안경을 쓰자장미꽃을 외면했었다마스크를 쓰자꽃향기를 포기했었다바이러스에 포위되어어제와 같은 매일을하루살이 같이 살았다계절의 분절은나날이 다달이 꺾이어 갔다네 계절이 지나자마스크 안에서도꽃과 향이 보인다끝나지 않는 전쟁과 평화는 없다
두꺼비형 / 송찬호비 온 다음 날엉금엉금 두꺼비가 기어 나와마당 한가운데서 나랑 딱 만났다두꺼비와 나는누가 먼저 길 비켜주나내기했다그런데 두꺼비 얼굴을 찬찬히 보니울퉁불퉁한 게여드름 많은 우리 형처럼 생겼다에이, 형이라면 내가 지지 뭐두꺼비 앞에서내가 길을 비켜주었다송찬호 동시집 『저녁별』 중에서 [시 평설 - 이가을] 보은이 고향인 송찬호 시인을 본 적 있다. 눈빛이 순하고 수줍었던 기억이 어제 같다. 그의 시와 동시는 어렵지 않고 생김처럼 순하다. 동네 앞 냇물처럼 정겹고 맑게 흐른다. 동시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살아가는 식물은 동물이나 사람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한 환경적응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물속이나 물 위에 뜬 상태로 살아가는 수생식물들은 육상의 식물에 비해 훨씬 더 혹독한 환경변화를 겪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생태적 유연성과 생존전략이 필요하다.지구상의 전체 식물 중에 약 2% 정도가 수생식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약 18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수생식물은 뿌리나 잎이 물에 잠겨있기 때문에 광합성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사한다
대전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난 2월 소유주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충남도의 승인 없이 구 충남도청사 소통협력 공간 혁신활동 지원을 위해 위법적으로 시설개선 사업을 벌인 문제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전시가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대전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 구 충남도청사 훼손으로 여론과 시민의 질타를 받은 것도 모자라 전국적으로 망신을 산 바 있는 대전시가 구 충남도청사 공사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제 이 문제는 2라운드로 돌입할 전망이다.대전시의 이런 무책임한 행정
마스크신체의 일부.얼굴의 한 부분.또 다른 피부.필수 악세사리.패션의 완성. 뭇 시선의 방파제.노안의 엄호물.희노애락의 표정관리기.선크림 대용품.화장실 갈 때의 코마개.
반딧불이의 Sound of Silence그믐즈음우물 안에서 올려다 보는지우물 밖에서 내려다 보는지검은 침묵의 보자기 속이다.말로 이야기하지 않고소리로 듣지 않는다.입으로 이야기 하지 않고귀로도 듣지 않는다.암흑 속에서도 보고침묵 속에서도 듣는다말과 소리를 본다듣지 않아도말하지 않아도 아는 시그널이다반디는나의 심연을 그리는 최면검은 빌로드를 마술처럼 펼쳐꿈을 열어주는 황금 열쇠불을 날리어별을 그리고 별자리를 만들고소원의 등을 켜주는 드림 캐쳐
청정 안터그믐밤우물 속 같고, 사람 속 같은 어둠 속에서어둠의 알갱이가 흐른다물도, 구름도 흐른다고개를 들면별도 달도 흐른다흐르는 개울물 소리에진달래 피던 도랑에서 가재 찾던 동심이 흘러온다하늘과 숲과 개울이 서로 손을 잡고 조응하는 밤하늘 장막의 거대 스크린에 은하의 우주악이 흐른다가끔 소쩍새의 추임새가 시각을 암시할 뿐검은 고요의 아르케가 흐른다밤이 깊자반딧불이도 흐르며이야기에 꼬리를 잇는다.나무들도 고흐의 사이프러스처럼 별을 향해 위로 흐른다* 이 곳 안터지구는 환경부에서 '국가관광생태지역'으로 올해 지정됨.충북
“70세 도전, 80세 꿈, 90세 나눔,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초고령 사회에서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전 재선 서산시장)는 15일 오전 10시 서산시 보훈복지문화대학(학장 조문호)에서 ‘70세 도전, 80세 꿈, 90세 나눔’을 역설했다.조 대표이사는 이날 ‘욕심을 가져야 행복하다’는 주제의 강연에서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고, 조국이 있는 것은 국가 유공자 여러분 덕분이라며 고맙다”는 인사로 강연을 시작한 후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서 “
찔레꽃나무가 같이 간다고어깨동무를 한다.칡넝쿨이 같이 가자고발목을 감는다환한 망초꽃 흰 행렬이좌우에서 앞장을 선다덩쿨장미들이 길가에 나와환영의 꽃잎을 뿌리고금계국 노란 얼굴들이떼창을 한다.계곡마다 밤꽃들이하얀 응원수술을 흔들고 있다.바람의 지휘봉에 일사분란한 풍경,신부의 달 유월이다.신부의 행진 앞에 Juno의 카펫이 깔려 있다.
"죽을려고 환장하면 무슨 짓은 못 해”이 말은 필자가 자주 쓰는 말이다. 북한의 김여정이 죽을려고 환장했기에 대한민국이 건설비 약 180여억 원, 유지비 약 160여억 원 들여 건축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임의대로 폭파했고, 남한 정부와 우리 국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태생적인 바보” “떼떼”(북한에서 ‘말을 더듬는 바보', 우리 군에게 한 말),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고 했으며, 우리의 문 대통령에게는 “잘난 척, 정의로운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가 역겹고 꼴불견”,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
창포(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는 우리나라 호수나 연못가의 습지에서 나는 다년 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의 물웅덩이나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습지에서 잘 자란다. 키는 약 70㎝ 정도이고, 잎은 뿌리 끝에서 촘촘히 나오고 길이는 약 70㎝, 폭은 1~2㎝이며 가운데 뚜렷한 선이 있다. 꽃은 원기둥 모양(※육수꽃차례 = 꽃대의 상부가 곤봉모양으로 화서의 유형 중의 하나)으로 잎 사이에서 비스듬히 옆으로 올라오며 흰색이고, 열매는 7~8월경에 달리고 긴 타원형으로 적색이며, 뿌리줄기를 창포라고 부른다. 창포는 주로 관
전생과 놀다 / 이서화송정암 절 마당엔봄햇살이 개털처럼 날린다벚꽃도 아지랑이도 개털과 한 계절로따뜻한데, 털갈이 중인 개 한 마리어디서 물고 온 것인지 장갑 한 짝 물어뜯고 있다공중이 못마땅한 듯물고 있던 장갑을 던지며주먹을 먹이고 있다개는 나무 밑을 맴돌다 다시 마당으로어쩌면 전생의 인연이 생각난 듯또 측은한 듯왼쪽 손 하나 핥고 있다그래서 네 개의 발을 받았을까사람의 말, 몇 마디만 알아들어도 칭찬받는귀를 가지고 있다개와 발은 서로 생각나고 또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논다절마당 귀퉁이에서네 발을 정성스럽게 핥는 개전생이 가끔 생각나
천주교 대전교구장을 맡고 있는 유흥식 라자로 주교가 지난 11일 한국인 최초로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장관과 대주교에 임명됐다. 유흥식 주교의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장관 임명과 대주교 임명은 대한민국 천주교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충청을 넘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친 쾌거가 아닐 수 없다.1951년 충남 논산 출생인 유흥식 대주교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충청인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가톨릭재단인 논산대건·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유흥식 대주교는 고등학교 1학년 만 16세에 세례를 받은 후 1979년 12월 8일 로마에서 사제
어제 오후에 대청호 드라이브를 떠났다.우리는 블루베리 철이니 블루베리를 사기로 했다.대청호 제 1경 부근에는 해마다 우리가 사 먹는할먼네 블루베리 밭이 있다.할머님네 집에 가면 수확한 싱싱한 블루베리를 살 수 있다.할머님댁에 블루베리를 사러 들르니 반갑다며그러나 이제는 무릎과 허리가 아파 따지 못한다고밭에 가면 할아버지가 있으니 가서 따가란다.집사람은 블루베리를 좋아하니 그낭 지나치지 못했다.밭에는 할아버지는 안 계시고 아들이 베리를 따고 있었다.마침 일요일이라 도와주러 온 모양이다.그런데 그냥 사면 킬로그램당 이만원, 따가면 만원
현민 유진오(玄民. 兪鎭五, 1908~1987)는 제헌 헌법을 기초한 법학자이자 고려대 총장을 지낸 교육자, 야당 총재를 지낸 정치인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하지만, '김강사와 T교수', '창랑정기', '화상보' 등을 통해 문학 쪽에 선명한 자취를 남긴 소설가이기도 하다.그가 쓴 작품 중에 '오월의 구직자'(조선지광, 1929. 9.)라는 것이 있다.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취업난을 제재로 한 소설이다전문학교 졸업을 앞둔 주인공 찬구는 '영락해 가는 양반'의
재개발의 이름으로 아파트가 들어설 곳.이주민들이 다 떠난 뒤 너무 오래 방치되어개와 고양이 울음도 잊어버린 곳.깨진 유리와 밥상과 사기 그릇들이 어지럽고,벽엔 아이들 생활계획표가 붙어 있고,입춘대길 건양다경의 붓글씨와 붉은 부적이 남아 있는 곳.바람벽엔 교회와 절 이름의 달력이 붙어 있고,버려진 거울과 장농과 냉장고, 피아노가 남아 있고,전우와 찍은 흑백의 월남전 사진들이넘어진 괘종시계 위에 나뒹구는 곳.삶을 고단하게 끌고간 흔적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닿을 수 있는 풍경이 거기 있었다.그런데 그 곳에,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