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어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의 만남. 세계가 주시했고, 온 국민이 함께 지켜봤다. 북미는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회담 결과의 백미는 양국 간에 합의한 소통 채널의 구축이다. 후속 협의는 소통의 지속성을 의미하기에 그 결실에 대한 기대가 크다.아쉽게도 핵 폐기 또는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고, 핵에 대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의제는
전쟁은 인간에게 합법적인 살인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값진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은 결코 이성적인 행동이 아니다. 전쟁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은 비이성적인 인간 행위의 집합체로 귀착된다.전쟁의 발발은 다양한 원인에서 출발한다. 인류사에서 펼쳐진 전쟁의 발발 원인을 따져보면 천차만별이다. 국가의 생존과 국민을 위한 보호 및 민족통합 등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은 전쟁마저도 참혹한 결과를 수반한다. 전쟁학은 전쟁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연구하지만, 궁극적으론 평화를 연구하는 평화학으로 귀결된다.전쟁학과 평화학도 이념적 성향과 가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 외교정책 역시 견고한 시스템에서 형성된다.돌이켜 보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20세기 초부터 외교적인 고립주의(불개입 원칙) 또는 중립주의를 선택했다. 그러다가 일본의 공격으로 엉겁결에 2차대전에 참가했다. 2차대전 직후부터 승전국으로 범세계적인 범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강국으로 출현했다. 미국과 소련이 비슷한 시기에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초강대국 역할은 겨우 반세기가 넘었다.2차대전 이후 미국에게 절실했던 것은 수많은 국가를 상대하는 외교정책의 수립과 추진이었다
협상은 상대로부터 자신의 최대이익을 끌어내는 가열찬 대결이다. 서로가 자기 이익을 위해 전쟁 중에도 협상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쌍방의 계산이 맞물려야 협상이 성공한다. 국제사회에서 각국이 펼치는 협상을 보면 일정한 패턴과 고유의 행태가 나타난다.반세기 넘어 간단없이 펼쳐 온 남북한 간의 협상을 보면 항상 뒤끝이 좋지 않았다. 북한의 ‘트집 잡기’와 ‘생떼’가 돋보이는 협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우리는 늘 끌려다니는 꼴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계산이 안 선다.판문점 선언 이후, 이제는 좀 달라질까. 남북 정상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이했다. 문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의 연장선에서 탄생했다. 이미 민심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1.8%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당선 직후 인수위조차 꾸리지 못하고 출발했다. 그만큼 국정 운영이 절박했고 대통령 취임의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고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대통령을 보더라도 취임 1년 정도면 국정 운영의 틀이 잡히고 국민의 판단과 기대치도 나타난다. 전직 대통령들의 1년 차 여론을 보면, 거의 20~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물과 공약
판문점 선언 이후 정치권이 어수선하다.남북 정상 간의 만남과 판문점 선언을 자유한국당은 “위장평화 쇼”라고 깎아내렸다. 반면에 여당과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을 평가하면서, 향후 펼쳐질 북미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자유한국당 지방선거 후보들도 홍준표 대표의 혹평 언급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중앙당과 당 대표가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청와대 또한 축제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 벌써부터 향후 시나리오가 성급하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외
지난 22일 오후. 자유한국당 박성효 시장 후보 개소식은 인파가 넘쳐났다. 마련된 장소가 비좁아서, 다른 층에서 화면으로 개소식을 지켜보는 이들도 많았다.박성효 캠프에서는 일찌감치 이완구 전 총리의 참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전 총리가 올까?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아마 이 전 총리도 엄청 고심했을 것이다. 개소식 참석은 곧 자신의 정치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당일 새벽에 이 전 총리는 미국에서 급히 달려왔다. 이는 곧 한 달여에 걸친 해외 체류 과정에서 이 전 총리의 고심이 끝났다는 의미다.개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여성학자 노엘레-노이만 교수는 ‘침묵의 나선이론‘을 정립했다.권력자와 정부가 특정 정책과 이슈를 제기하면 건전한 비판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다수가 이런 비판이 옳지 않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소수는 비판에 대한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게 ’침묵의 나선이론‘의 요체다. 건전한 여론 형성보다 특정 지지자와 지지 단체가 여론을 조작한다면 소수는 침묵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 댓글부대의 전략이다.친노-친문 지지자들의 과격한 지지 표출이 댓글로 녹아들면서 포털 사이트가 점령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구설수가 연일 회자에 오르고 있다. 김 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에 펼쳤던 외유 관련 구설수다.그 내막을 살펴보면, 단순한 구설로 보기엔 상식과 법적 테두리마저 넘어선 것 같다. 외유목적도 불투명하지만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았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국정감사 때도 피감기관의 크고 작은 지원을 피하기 위해, 의원들은 식사는 물론 각종 소소한 배려까지 거절하고 있다. 이처럼 피감기관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 상례다.피감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외유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 낯 뜨거운 일이다. 게다가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자유한국당 내부가 연일 시끄럽다.각 지역의 단체장 공천마저 홍준표 당 대표의 힘이 실린 사천(私薦)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의 사천 행위에 반발해서 경남과 부산지역에선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후보자들이 나오고 있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이인제(IJ) 전 의원이 낙점되었지만, 경선을 준비하던 후보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어느 당이나 공천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당 대표에 의한 사천 행위라는 오명은 사라져야 마땅하다.애초부터 홍 대표의 머릿속엔 충청지역은
돌이켜 보면, 충청 출신의 대선 유력 후보자가 많았다.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반기문 그리고 이완구와 안희정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일례를 살펴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세를 올리다가 정치권의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물러났다. 정치인 출신으로서도 힘든 과정인데, 비정치인 출신인 반 전 총장으로선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충청 출신 정치인들의 세 규합과 지원이 취약한 것도 한몫했다고 본다.이완구 전 총리 역시 대선 유력주자로 회자에 오르다가, 성완종 리스트에 휘말려 2년 8개월 동안 맘과 몸 고생을 겪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직전 대통령마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암울한 사례는 우리 정치사의 오욕과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갔다는 자체가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꼴이 된 것인지, 권력의 종말과 불행이 함께 동반되는 것이 정권교체 이후에 겪는 정당한 수순인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정치는 혼란스런 비즈니스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아담 스위프트 교수의 일
미투(mee too)운동의 여파가 정치권까지 몰아쳤다.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야누스 민낯이 공개되면서 충남은 물론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접한 충남도민은 날벼락을 맞은 듯 허탈감에 빠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심도 요동치는 중이다. 설마 그런 일이? 연일 시정에선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 건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더불어민주당에선 발 빠르게 안희정을 제명시키고 진화에 나섰다. 그간에 안희정 마케팅으로 기세를 올리던 후보들도 망연자실한 상태다. 선거운동도 잠시 접어두고 심지어 후보사퇴까지 심사숙고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김영철 탓에 남남갈등은 더욱 거세졌다. 천안함 피폭 사건의 주범이 즉 적장이 우리 성(城) 내로 깊숙이 들어온다는 자체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긴 개막 초부터 떼 지어 내려 온 북한 측 손님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관용적인 베풂을 보면, 김영철이라고 못 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국제사회의 제재는 문 정권의 관용(?) 탓에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면서 전열이 흐트러졌다. 북미 간에 대화를 열어 갈 분위기가 형성될까 했던 기대도 사그라졌다. 이 와중에 문정인 대통령안보특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수선하고 남북한의 분위기도 혼란스럽다. 온통 평양에서 온 손님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의 치열한 보도 경쟁과 시시콜콜한 과잉보도가 연일 부채질 중이다. 온통 평양 쪽 분위기와 갑자기 내려온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예술단 응원단 등만 다뤄지다 보니, 이래저래 평창의 열정과 열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평창은 시나브로 뒷자리로 물러났다.김영남과 김여정의 출현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일각에선 작년 12월경에 이미 남북 간에 물밑 접촉을 끝냈기에, 김정은의 신년사와 고위급회담 등은 이미 예상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평창은 어수선하다. 우리 국민은 평창의 성공을 기원한다. 허나, 개막 이전에 쏟아지는 각종 소식은 우울하다. 얼마 전에 젊은 랩퍼가수가 “평창 유감”이란 곡을 유튜브에 올렸다. 가사에 저급한 언사와 분노가 배어있지만, 조회수 12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가사를 살펴보면 조목조목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당사자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과 논리도 탁월하다.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풀려났다. 출소 직후 평창 유치에 온 힘을 쏟았던 이건희 회장을 찾았다. 부자가 느낀 소회가 어
서독의 건국 초, 연방의회에서 여야는 10여일에 걸쳐 대 동독정책을 놓고 밤낮으로 토론을 벌였다. 백가쟁명식 토론이었다. 여야가 간에 타협이 안 보이자, 답답한 나머지 서독 초대 총리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라고 외쳤다.당시에 80대인 아데나워는 ”나를 활용하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내가 죽고 나면 나를 활용할 수 없다.“ 여야는 노 지도자의 진정성을 귀담아들었고, 서독의 앞날을 함께 걱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서독의 대 동독 정책이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빌리 브란
남북한은 국기와 국호를 달리 사용한다. 남한은 국기인 태극기를 북한은 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한다. 사회주의는 봉건체제의 붕괴를 필연시한다. 그런데도 북한은 봉건체제의 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한다. 남북한이 국기와 국호를 공평(?)하게 나눠가진 격이다. 남북 단일팀의 상징, 한반도기가 등장한 것은 스포츠게임에서다. 스포츠도 국력이다. 협상력도 국력이다. 스포츠는 물론 상대를 다루는 협상력은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자긍심과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다.지금까지 펼쳐진 남북한 간의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북한이 평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연하게
평창동계올림픽 개회가 한 달 남짓한 시점. 남북한의 대화 물꼬가 터졌다. 늘 그렇듯이 남북은 덕담으로 시작했다. 북측은 ‘민심과 천심’을 거론했다. 참 세상 많이 변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 내부에 상존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 이른바 ‘남남갈등’을 의식한 ‘촛불민심’을 상기시키려는 속셈인가. 워낙 오랫동안 대화채널도 닫혀있던 시점인지라, 쌍방이 주고받는 덕담도 무겁게 다가온다.냉전 체제에서 경험했듯이 사회주의 국가들이 먼저 협상제안을 할 경우엔, 자신들의 대내외적인 위상과 처지가 불리할 경우가 정설이다. 이런 인식은 국제정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