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나의 얼굴이다.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라고 하지 않던가?친구는 나의 반쪽이다.인생의 동행자, 서로 상부상조하는 삶의 반쪽이다.친구는여객선의 수학 여행객이 되기도 하고,전투함의 전우가 되기도 하고,가끔은 해적선의 동료도 되는 운명이다.친구는 추억의 밑동을 공유하며 현재를 사는또 하나의 자신이라 하겠다.며칠 전 한 친구의 부음에 기둥이 무너지는듯모든 친구들이 목이 메인 이유일 것이다.
경험 당시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는데 앞 뒤 맥락을 이해하게 된 뒤에야 그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 사건이 하나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자란 시골 집은 북향이었다. 대문이 북쪽으로 나 있는 대신 남쪽에는 반원형의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햇빛 좋은 그 울타리 한 옆에 키 작은 골담초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어느 해 봄, 노랗게 핀 골담초 꽃가지 밑에 누군가 아주 이상한 행색을 하고 쭈그려 앉아 마구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무서움보다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몇 발자국 다가서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
이제 나무가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언덕 비탈에 바람을 보내고는 계곡에 있는 자신의 잠자리,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그곳에 눕는다. 전사처럼 녹색 망토로 몸을 감싸면서 깃털처럼 부드럽게 눕는다. 서 있는 것이 이제 싫증난다는 듯 자신의 구성 분자들을 흙으로 돌려보내며 말 없는 기쁨으로 지구를 감싸 안는다. ... 왜 마을의 종은 조종弔鐘을 울리지 않는가? - 헨리 데이빗 소로우 Thoreau(1817-1862) 에세이「한 소나무의 죽음」부분 민주지산과 황악산, 백화산 그 금강정맥의 중산간 충북 영동- 해마다 겨울철이면 제가 기거하는 산
안개는 모든 것을 가리기도 하고,일부만 가리거나 일부는 돋을새김하기도 한다.안개는 산을 산에서 떼어내어 보여주고,섬을 호수에서 건져내어 보여준다.낙락장송과 산위의 정자를 들어내어 보여준다. 안개는 마을을 구름의 바다로 만들고도시를 용궁으로 만들기도 한다.안개는시간과 소리를 멀리 물리고스스로 진경수묵산수화를 치기도 한다.농담을 달리하며 무시로 변화무쌍하다.누드의 미학과 반개半開의 미학이 교차한다. 많은 화가와 사진가들이 이 절경을 포착하기 위해 붓과 렌즈를 벼리고 있는 것이다.
어제 세계 테마기행을 보았다.지중해 튀니지편.한국에서 두바이 경유 19시간 걸리는 곳.한 동네에서 가장 적게 양을 기른다는 넉넉치 않은 늙은 베두인이 물었다."한국인은 일을 많이 한다는데 행복합니까?"내심 뜨끔했다.진행자도 놀라 뭐라할지 선뜻 대답을 못한다.그러면 행복하지 못하다고,나같이 조금만 일하고, 부족해도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드문드문 난 흰수염에 빠진 이가 드러난 야윈 노인이너털지게 웃으며 자신 있게 말한다.뒤도 보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이제 베두인을 사두(Sadhu)로 모셔야겠다.부러운 것은 그들은 자연을 자기의 친구
새벽,장막으로 둘러쳐진 아파트 재건축 현장.모두가 부수어지고, 쓸어진 잔해 속에서 한 건물이 초라하게 그러나 우뚝하게 서 있다.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가 쳐져있다.모자를 벗고 눈을 감고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우람한 건설의 명기 포크레인이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한다.한 때는 누구와 그 가족의 신전이었던 곳.한 마을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진 골목이 없어지고,한 가족의 두레밥상 같은 마당이 없어지고,마을 사람들의 공동 shelter가 분해되고, 한 가족의 주거와 안녕의 기초가 없어지는 중이다.결별의 시각이다.상량식과 준공식
한국인은 건강과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인 분야가 여럿 있다. 반대로 세계 최저 기록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것을 종합하면 2023년 계묘년 한국인의 건강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다.우선 한국은 머잖아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된다. 2017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여자의 기대수명은 90.82세, 남자는 84.07세로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했다.둘째,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날씬하다. 2009년 한국의 비만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새해가 되니 밝고, 희망찬 사자성어들이 새롭다.이 때 신문에서 본 한자 사자성어 몇 개로 공부를 해본다.1)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는 뜻.(모두가 덕담들인데 이것만은 교수들이 후진적 정치권에 던진 말폭탄)2) 노적성해(露積成海)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옥천군수 황규철 신년사)3) 대구굴기(大邱倔起)대구가 힘차게 솟아오른다.(홍준표 대구시장)4)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됨을 버리고 올바름을 세운다.(문경시의 매해 새해 경구)5)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
-1월 4일자, 에 대해 보내오신 반응들 일부 올려봅니다.관련글 : [송세헌 - 可人의 아침산책] 꼬부랑 할머님이 시내버스를 세웠다▶ 양반도시의 정겨운 풍경이 정말 아름답네. /아마 여긴 버스 안에서는 수면제 판촉이 필요없는 동네일걸?*아직도 거긴 세상이 그리 훈훈한가? 여긴 노인네가 타든 애가 타든 오불관언!▶ 오~ 말없이 오고가는 정일까?/공중의 평화를 위한 눈치껏 움직이는 일사분란함일까? /어르신이 인복이 있네요.▶ 상황이 그려지는 따뜻한 607번입니다. 대전서 옥
2023년 새해가 밝았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자'라든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남의 말을 잘 듣자'라든지 덕담들이 오간다.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뭐 하나 밝은 면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는 다시 기승을 부리고, 천정부지로 뛴 금리에 속앓이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주머니는 얇아졌는데 전기료, 교통비 등 모든 물가가 들썩인다. 미사일과 무인기 등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남북관계는 더 나빠졌다. 여야 정치권은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조차 진영 논리에 따라 극단으로 나뉘어 사
한국전쟁 발발 후 미국은 한국에 엄청난 양의 밀가루를 원조했다. 흰쌀밥은 고사하고 보리밥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를 배급했다. 어머니는 이 밀가루로 맛있게 칼국수와 수제비를 만드셨다. 그것은 천상의 맛이었고,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환상적인 기억이다.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9살 나이에 친가에 맡겨졌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때의 아버지 뒷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유년시절 고아가 된 나의 삶은 비참했다.
12월 31일.양 손에 지팡이를 짚으신 꼬부랑 할머님이 시내버스를 세웠다.등산 배낭을 메셨다. 달팽이 마냥 오르신다.버스 안에 있던 청년이 얼른 쌍지팡이를 잡아주고 부축한다.운전기사: "할머니 마스크 끼셔야 하는데요?"할머니: "....."운전기사: "여기 있어요."비닐봉지에서 새 마스크 하나를 빼어 건넨다.앞 좌석의 학생이 재빨리 일어섰건만 못 보시고 들어오신다.내 앞의 아줌마가 벌떡 일어서며 자리를 양보한다.좌석에 앉은 할머니는 그제서야 배낭을 간신히 벗어 열고 교통카드를 꺼낸다.그 학생이 재빨리 카드를 받아다 단말기에 찍고 와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해도 달라진 건 없다. 어제의 태양이 떠올랐을 뿐이다. 또 다른 365일, 오늘의 일상도 그대로다.그러니 해가 바뀌었다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겠다. 그저 나이가 한 살 더해진 것이고 영신(迎新)의 마음만 여미면 된다.계묘(癸卯)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검은색은 북쪽 방위를 상징한다. 오방색의 하나로 물과 음(陰)을 뜻한다. 어둠의 검은색은 사방에 물처럼 스민다. 동짓날 긴 밤의 원형, 칠흑 같은 어둠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코로나가 물러가고 경제가 회복되길 소망한다.하지만
처음 떠오른 해는 빛이 눈부셔 / 이 산 저 산에 불을 붙이고 / 둥글고 재빠르게 하늘로 솟구쳐 / 뭇 별과 조각달 모조리 쫓아버리네 – 송 태조 조광윤趙匡胤「새날을 노래하다 詠初日」2023년- 희망찬 새로운 해가 떴습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해’는 ‘하다’의 명령형으로 새겨왔습니다. “우주 태양계의 중심인 내가 솟구쳐 어둠을 몰아내노니 이녁들이여, 어떤 무슨 일이라도 도모하고 시작하라!” 그렇습니다. 온누리 가득 새해의 햇살이 퍼졌습니다. 모쪼록 건강한 가운데 마음에 품은 소원 꼭 성취하시는 1년이 되시길 발원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삶'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안도현, '삶의 비밀' 부분)'삶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한두 번쯤은 떠올려 보지만 쉽게 풀지 못하는 화두다. 현실 속을 부유하던 물음은 예기치 못한 불행에 다시 소환된다. 뒤엉킨 일상을 우두망찰 지켜보며, 산다는 게 대체 무엇인지 따져 묻게 되는 것이다. 삶이 무엇이냐는 난해한 질문에 '삶은 계란'이라는 웃음엣말로 비껴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달리 해석하면 가볍지 않은
月 :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진다.火 :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있다.水 : 막혔던 자금 운이 열린다.木 : 하던 일에만 주력한다.金 : 집안에 귀인이 찾아 온다.土 : 조심하지 않으면 다친다. 한번 일주일 동안의 운세를 모아보았다.왜 신문의 '오늘의 운세'에 눈이 갔을까?새해에는 토정비결을 재미로 보지만..... 벌써 한 해의 끝이다.세모의 방향으로 새해였던 한 해의 세모를 맞이하게 되었다.달은 천만번 이즈러져도 본질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우리도 중꺽마의 자세로 새해를 맞이하자.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붉은 악마'처럼 또
매년 연말이 되면 빠지지 않는 뉴스가 있다.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다. 자신을 밝히지 않고 몰래 성금을 놓고 가서 붙여진 별명이다. 올해도 지난 27일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7600만 여원의 성금을 놓고 사라졌다. 쪽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이 선행은 지난 2000년 58만여 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3년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고, 올해까지 누적된 성금이 8억8473만3
Quiz:시속 0km로 "서서 가는 길"은?...에스컬레이터!*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뛰거나 걷지 말라는 권고안. -대전 지하철역에서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타듯우주의 지구별 위에 서서 의지와 무관하게시속 몇 킬로미터로 시간을 먹고 있는 걸일까?
일생에 마음이 엉성하고 게을러서 / 매번 섣달 그믐날 밤이 오면 슬퍼하네 / 섣달 그믐날 밤의 이 마음 오래도록 품고 있으면 / 새해에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네 – 이덕무 산문집『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중「섣달 그믐날」제석除夕, 섣달 그믐날, 제야除夜- 음력 12월의 마지막 날을 지칭하는 낱말이지만 지금은 양력 12월 31일을 그렇게 부르고 있지요. 어느 시대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회한에 젖고, 또한 새로운 각오를 품는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230여 년 전 조선의 북학파 실학자로 문장가였던 이덕무(1741-1
2022. 12.24 토요일 11시. 대전동구문화원 대강당.유명가수 고대령의 히트곡 ‘대전역 광장’지정곡 가요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회는 KBS TV 6시 내고향 진행을 맡은 뽀빠이 이상용씨가 맡았고, 심사위원은 작곡가 이승우씨와 김인수씨가 맡았다.축사를 맡으신 분은 동구문화원장 양동길씨와 대한 가수협회 대전지회장 정철님께서 맡으셨고, 전 KBS아나운서 이종태님께서도 부부 동반하시어 환영사를 해주셨다. 이날 진행은 제1부 축하공연, 제2부 대전역 광장 지정곡 가요제 결선, 제 3부 축하공연으로 이어졌다. 제1부 공연에 출연한 가수들